영국 가디언은 7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따라 ‘살인 구역(kill zone)’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완충지대는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경계에 있는 300m 폭의 기존 완충지대에서 1㎞ 더 가자지구 쪽으로 설정됐다.
가디언은 이스라엘 제대 군인들이 결성한 시민단체 ‘브레이킹 더 사일런스’가 발간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소식을 전했다. 브레이킹 더 사일런스는 완충지대 작업에 투입된 병사의 증언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보고서는 이스라엘군의 추가 완충지대 건설 목적이 해당 구역 내 장애물을 모두 없애 이스라엘군이 하마스를 잘 식별해 제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 공간에는 작물도, 구조물도, 사람도 없어야 한다. 완충지대 안의 모든 구조물과 인프라가 파괴됐다”고 전했다.
작업에 참여한 이스라엘군 병사들은 민간인이 거주하는 주택뿐만 아니라 학교, 이슬람 회당(모스크), 묘지, 공공시설물 등 거의 모든 건축물과 시설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파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보고서는 이로 인해 완충지대가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됐다고 분석했다.
한 이스라엘 병사는 완충지대 안에서 사람을 발견할 경우 발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했다. 이 병사를 포함해 여러 병사는 ‘민간인’이라는 개념 없이 완충지대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모두 테러리스트로 간주해야 한다는 합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한 이스라엘군 대위는 “명확한 교전수칙도 없었다”며 “우리는 치욕, 고통, 분노, 성공에 대한 강박으로 전쟁을 시작했다. 민간과 테러 시설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았고,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했다.
가디언이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와의 경계에서 1~1.2㎞ 내 건물 수백개를 조직적으로 파괴한 것으로 나타났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 약 1년반 동안 가자지구를 맹폭해 대부분의 지역을 폐허로 만들었다.
이스라엘군은 이 같은 증언과 보고서 내용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