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논란 불식”…한화에어로 유증 3.6조→2.3조

입력 2025-04-08 08:30 수정 2025-04-08 09:20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유상증자 자금이 대주주 경영권 승계 과정에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해소하고, 주주 불만을 달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이번 결정으로 줄어든 1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 확보는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폴 등 3개사가 참여하는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추진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일 이사회를 열고 기존에 발표한 유상증자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줄이기로 했다며 정정 공시했다.

자금 조달 목적별로는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이 2조4000억원에서 1조6억원으로, 시설자금이 1조20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각각 줄었다. 신주 발행 가격은 기존 60만5000원에서 53만9000원으로 15% 할인됐다.

청약예정일은 오는 6월 4일에서 6월 5일로 하루 밀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공시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폴 등 3개사가 1조3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세 아들이 대주주인 한화에너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조3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할인 없이 참여하게 된다.

회사 측은 이와 관련해 “한화에너지 대주주가 희생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소액주주는 이득을 보게 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2월 한화에너지에 한화오션 주식 매각대금으로 지급한 1조3000억원을 다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되돌리는 것이기도 하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오션 매각 대금 1조3000억원이 한화에너지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 자금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사들과 논의 끝에 이런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규 한화에너지 대표는 “1조3000억원의 조달 목적은 승계와 무관한 재무구조 개선 및 투자재원 확보였고, 실제 자금 일부가 차입금 상환과 투자에 쓰였다”며 “불필요한 승계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도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필요성과 관련해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소액주주들의 부담을 완화하고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 부작용을 감소시키면서 필요한 자금 3조5000억원을 모두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당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로 조달하려던 3조6000억원은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다. 그러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매년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어 주주가치 희석이 불가피한 유증을 통한 자금 조달에 대해 비판을 받아왔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