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포고령 안 따르면 우리가 체포돼”… 경찰 증언

입력 2025-04-07 18:32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조지호 경찰청장이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윤웅 기자

12·3 비상계엄 당시 조지호 경찰청장이 국회 출입 통제를 지시하며 “포고령대로 하지 않으면 우리가 체포된다”고 말했다는 경찰 간부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조 청장 등 경찰 수뇌부 혐의를 심리하는 재판부는 다음 기일부터 체포조 운영과 관련한 증인들을 신문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7일 조 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 등 경찰 지휘부 4명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3회 공판기일을 열었다. 재판에는 임정주 경찰청 경비국장과 서울청 3기동단 소속 박만식 기동대장 등 국회 봉쇄와 관련된 경찰 간부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임 국장은 이날 법정에서 ‘계엄 당일 조 청장 집무실에서 함께 TV를 통해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는 장면을 봤는데, 계엄군 관련 언급이 있었느냐’는 검찰 질문에 “조 청장이 TV에서 군이 국회 경내에 있는 장면을 보면서 ‘이제 왔네’라는 뉘앙스로 지나가듯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임 국장은 당시 조 청장의 말을 듣고 ‘뭔가 알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임 국장은 계엄 당일 오후 11시35분쯤 조 청장 지시에 따라 서울청에 2차 국회 전면 통제 지시를 전달한 상황에 관해서도 증언했다. 그는 조 청장이 계엄과 관련해 자신을 포함한 다른 경찰과 논의하거나 사전에 알려준 적이 없다고 했다. 조 청장 변호인은 임 국장에게 ‘조 청장과 논의 없이 지시만 받은 게 맞느냐’ ‘조 청장과 함께 포고령을 검토했다고 하면 처벌받을 게 두려워 잘못 진술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함께 논의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취지였다.

그러나 임 국장은 “그렇지 않다. 조 청장은 이미 수 시간 전에 대통령에게 지시를 받았고, 그동안 생각과 판단을 했을 것인데 저와 논의했다고 추정하는 건 무리”라고 답했다. 또 오부명 당시 서울청 공공안전차장으로부터 ‘국회의원의 항의가 많으니 통제를 재고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보고했으나 “조 청장이 ‘포고령에 따르지 않으면 우리가 체포된다’고 말했다”고도 재차 밝혔다.

국회 외곽을 봉쇄했던 박 대장은 “포고령에 따라 국회를 봉쇄하라는 서울청 무전을 들었다. 본청과 서울청 등에서 충분한 판단을 거쳐 내려온 지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부대를 특정해서 기억하진 못하지만 군 관련자들을 출입시키라는 무전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부터는 체포조 운영과 관련한 증인신문을 5회 기일에 걸쳐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16일에는 구민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 박창균 영등포서 형사과장이 증인으로 소환됐다. 구 과장은 김대우 방첩수사단장으로부터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의 체포 지시를 받고 경찰 등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박 과장은 방첩사의 협조 요청을 받고 형사들을 국회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