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총궐기 80%가 부정적”…투쟁 보다 협상 목소리 커져

입력 2025-04-07 18:00
지난 2월 서울 시내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는 모습. 권현구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계기로 대형 장외 집회로 투쟁의 고삐를 죄려던 대한의사협회 계획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투쟁’보다 ‘협상’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의견이 의협 내부에서 쏟아졌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뒤 의협 내부에서 협상파 목소리가 커졌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어, 의·정 갈등의 새 국면이 열릴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의협 집행부는 7일 오후 전국 16곳 시도의사회 회장단과 긴급 화상회의를 가졌다. 앞서 의협 집행부는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열린 긴급상임이사회에서 13일 전국의사대표자대회, 20일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장외 투쟁은 지난해 6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이날 회의는 장외 투쟁을 앞두고 의협 집행부와 시도의사회가 향후 대정부 투쟁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여서 주목을 받았다. 시도의사회가 반대하면 총궐기대회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도 ‘(의·정 갈등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선 집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시도의사회 관계자는 “회의 참석자의 약 80%가 총궐기대회를 우려하거나 반대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파면된 시점에서 투쟁 대상이 사라져 총궐기대회는 의미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대선 국면으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의사 단체가 국민으로부터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궐기대회에 대해 집행부 ‘면피용’이란 비판도 있다. 의협은 총궐기대회를 대의원회 총회(26~27일) 일주일 전에 잡았다. 대의원회 총회는 의협을 구성하는 대의원 250여명이 참석하는 정관상 최고 의결 기구다. 의협 집행부가 의대생과 전공의에 대해 불분명한 태도를 취해온 것에 대해 대의원회 총회에서 비판이 나올 것을 예상하고 면피용 집회를 기획했다는 것이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이런 지적에 “우려하는 목소리는 알고 있다. (집회는) 대선 후보가 확정되기 전 4월 안에 (현 정부가) 의료개혁을 중단하도록 압박하려는 목적”이라면서 “대의원회 총회보다는 집회가 더 크기 때문에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이 의대생 복귀 등을 두고 정부와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의대생들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한 의대생은 “대규모 제적은 피했지만 수업 일수를 채우지 못해 발생하는 유급 데드라인도 빠르면 4월 중순”이라면서 “하루가 급한데 보름 뒤 시위하자는 건 안일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