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한없는 하나님의 사랑 다 기록할 수 없겠네.”
찬송가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304장) 3절입니다. 이 가사를 쓴 작사자는 아마 낙도 전도 경험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성도님들에게는 다양한 재능이 있듯이 목사님들에게도 하나님께서 주신 재능이 있어서 세상 곳곳에서 주님 맡기신 사명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도시와 농촌, 섬에서도 모두가 다양한 사역을 맡아서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감사하면서 종의 길을 묵묵히 걸어갑니다.
목사님들 중엔 어떤 분은 짧은 기간에 교회를 크게 부흥시키고 어떤 분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작은 교회를 붙잡은 채 낙심하지 않고 좁고 험한 길을 걸어갑니다. 교회 규모와 상관없이 목사님들과 성도님들은 한국교회가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런 바람과 노력이 또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갑니다.
목회자의 경우는 어디에 있든지 감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이길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봄 날씨가 완연해졌습니다. 고난주간과 부활절을 앞둔 가운데 저 역시 섬에서 전도하며 일하는 가운데 계절이 전해주는 감사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아마 농어촌에서 목회하시는 사역자들이라면 모두 공감하실 겁니다.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좋은 자연환경과 엄청나게 아름다운 풍광은 때때로 그 자체가 말씀이 되어서 귀에 들리고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져지기도 한답니다. 특히 이맘때인 봄철이면 그 역사는 배가 된답니다. 실로 성경이 말한 것처럼 하나님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이는 것입니다.(롬 1:20)
보길도의 동백꽃은 그중의 백미입니다. 동백꽃들이 수없이 많은 군락을 이루며 자생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실감하지 못했는데 그토록 추운 겨울을 잘 이겨내고 너무나 이쁜 꽃을 피웠습니다. 동백꽃들은 자신의 자태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는 미련도 없이 중간에 뚝 떨어집니다. 하지만 꽃잎들은 땅에서도 그 모양을 몇 주간 더 진가를 발하는데 참으로 신기합니다.
동백꽃에는 종류가 많습니다. 일찍 피는 동백은 겨울 하얀 눈 속에서 빨간 얼굴을 자랑합니다. 그래서 인내심이 부족하고 참을성이 약한 사역자를 꾸짖기도 합니다. 동백은 그때를 시작으로 피는데 어떤 나무는 제법 덩치가 큰 데도 몇 송이 꽃을 피우는 반면 어떤 나무는 작고 초라하지만 엄청난 꽃이 전체를 빨갛게 덮으며 봄을 맞이합니다.
그밖에 섬에서만 피는 다양한 꽃과 과일이 많은데요. 특히 봄이면 달래와 두릅, 머위 등 많은 종류의 나물들이 지천에 있습니다. 이 나물들은 쉬 피곤을 느끼는 저에게 보약으로 둔갑해 입맛을 돋워줍니다. 나물의 그윽한 향내와 그 맛은 성령의 힘이 되어 사방으로 달려갈 에너지를 공급하는가 봅니다. 그러기에 만나는 어부마다 “목사님 얼굴이 좋습니다” 하고 인사를 해주십니다.
거기에 더해 봄이 되면 찾아오는 각종 생선과 해물들이 있습니다. 착한 어부들은 이런 해산물을 손에 들고 오셔서 섬 교회 대문 앞에 놓고 가십니다. 그야말로 봄 날씨보다 더 따뜻한 섬 인심이지요. 사람들의 온기는 피어나는 봄꽃과 어울려 봄을 더 따뜻하고 밝게 합니다. 사순절 기간을 기도하며 주님의 고난을 생각하는 시기에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는가 싶은 생각에도 잠깁니다.
섬 목사가 누리는 이렇게 좋은 환경은 옛날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과거 선배 목사님들은 굶으면서 전도하며 고난을 겪었습니다. 그분들을 생각하면서 한 영혼의 소중함을 외치며 다시 힘을 내봅니다. 벌써 이 섬에서 6년째 접어든 봄을 맞는데 올해 봄은 너무나 감사한 마음을 갖습니다. 찬송가 가사처럼 바다를 먹물 삼아 기록을 해도 시골 섬사람들에게 사순절의 주님을 전하며 느끼는 감사함은 다 기록할 수가 없습니다.
사순절 막바지에 접어든 섬 언덕에서 이곳 영혼들을 구원해 달라고 기도하고 이 나라를 지켜달라고 소리쳐 봅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