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민청년→100만달러 기부자… 박선근 회장의 비결

입력 2025-04-07 14:39 수정 2025-04-07 17:33
미국 청소용역회사 GBM을 설립하고 46년간 공화당을 후원한 박선근 한미우호협회장이 지난 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신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6·25전쟁 끝 무렵 피난 생활을 하던 11살, 미국인 선교사의 도움을 받으며 ‘주는 사람(giver)’이 되고 싶다는 꿈을 처음 품었다. 20대 후반, 그 꿈 하나만 좇아 빈손으로 미국 땅을 밟은 청년은 청소용역업체를 설립하며 무섭게 성장했다. 애틀랜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으로 손꼽히는 이 성공스토리의 주인공은 박선근(82) 한미우호협회장이다. 80대가 되며 기업 운영에서 손을 뗀 그는 청소년, 이민사회 등을 위한 비영리재단을 운영하며 진짜 ‘주는 사람’의 삶을 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미 정계와도 깊은 인맥을 다져와 최근 정국에서 더욱 주목받는 박 회장을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만난 사람=조민영 미션탐사부장

-이민 1세대면서 미국 주류 사회에서도 인정받는 사업가로 성공했다. 비즈니스뿐 한미 양국에서 사회적 공헌을 인정받아 각종 상도 받으셨다. 어떤 삶을 사셨는지, 비결을 듣고 싶다.
“어머니를 잘 만났다.(웃음) 어릴 때부터 어머님은 ‘멀리 보라’고 가르치셨다. 내가 이 땅에 태어난 분명한 목적과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니, 내가 생각보다 커지더라. 게다가 크리스천이 되면서 전지전능하신 하나님 파워를 믿으니 주저함이 없고 담대해졌다.
또 중요한 건 주는 사람(giver)이 되는 것이다. 나는 사람을 만날 때 기운을 주는 사람이 되려 했다. 받는 사람(taker)은 맨날 궁하다. 그러면 사람들은 만나고 싶지 않아 한다. 성경말씀 속 예수님처럼 다 하진 못했지만, 예수님처럼 하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나를 풍족한 사람이 되게 했다. 누구보다 가난했지만, 내 마음이 풍족하고 주는 사람으로 사니 귀인이 많아지더라. 내 평생에 걸쳐 경험하고 느낀 일이다.”

-언제 신앙을 갖게 되셨고, 미국엔 어떻게 가게 됐나.
“6·25 전쟁이 끝날 당시 미국에서 온 선교사들이 세운 천막 교회에 다녔다. 그때 요한복음 쪽 성경을 주고 외우면 상을 준다고 해서 달달 외웠는데, 그래서 12살에 주일학교 선생이 됐다. 그러면서 천막교회를 이끌던 미국 선교사와 가까워졌다. 그도 겨우 20대 청년이었는데, 낯선 땅에서 힘들어하면서 우리를 돕는 걸 보며 왜, 어떻게 그러는지 궁금해졌다. 하나님께서 이웃을 사랑하고 남이 필요로 하는 것을 주라고 가르치셨기에 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때 나도 미국에 가서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결심했다. 언젠간 이룰 것이라는 마음으로 예수님과 가까워졌는데 진짜 그렇게 살아졌다.
미국에 간 건 1974년이다. 당시 편도 비행기가 900달러, 새 차 한 대 값이었는데 그 비싼 표를 사주는 사람이 생겼다. 카투사로 군 생활을 할 때 우연히 부대 사령관 운전병으로 발탁됐다. 그분이 나중에 내 꿈을 듣고는 비행기 표와 첫 학기 학비를 지원해서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그런 도움은 미국에 가서도 이어졌다. 돌아보면 내게 도움을 준 사람이 1000명이 넘는다. 정말 모두 하나님이 하신 일이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사업가의 길을 걸었다. 그 과정을 듣고 싶다.
처음엔 학업과 일을 병행했는데, 그렇게는 안 되겠어서 학교를 포기하고 풀타임 세일즈맨으로 백과사전을 팔기 시작했다.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책을 판매했다. 많은 이들이 ‘나는 무엇을 못 해서 할 수 없다’고 한다. 나는 영어를 못 했지만 미국에서 세일즈맨으로 활동했다. 영어가 서투른 건 오히려 장점이 됐다. 내가 영어를 못하니 사람들이 내 말을 더 귀 기울였다. 백과사전 다음에는 생명보험도 팔았다. 일자리를 찾다가 생명보험 회사 간판을 보고, 내가 실력을 발휘하겠다는 생각 하나로 들어가 나를 뽑아달라고 했다. 영어 때문에 안 된다던 매니저에게 ‘나를 놓치면 후회할 것이다. 써보고 안 되면 나중에 내보내라’고 설득했다. 결국 그곳에서 매출 1등도 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미국에서 서툰 영어로 나만의 텃밭을 기른 거다.”

-세일즈맨이 어떻게 청소용역업체 GBM(General Building Maintenance)을 세워 성공가도를 달렸나.
“1978년 인디애나에서 조지아로 이사를 했는데, 당시 한국에서 이민자가 밀려 들어왔다. 영어가 부족해 취직이 어려운 사람들을 내가 데리고 다니면서 소개해주고 돕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지역으로 이민 온 이들은 모두 나를 찾아왔다. 이들을 돕는 일이 즐거웠다.
그런데 나도 그때 홀로 아이들을 키우며 일을 하던 때라 겨우 먹고 살 정도로 벌었다. 남을 돕기 시작하니 시간은 더욱 부족해졌다. 고민하며 기도하던 중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가 사업을 시작해 내가 일자리를 만들자.’ 그래서 차리게 된 게 GBM이다. 청소 회사는 인력 장사라 자본금이 적게 드는 사업이었다. 그런데 사실 청소권을 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다른 회사가 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누군가를 돕겠다는 마음으로 문을 두드리니 문이 열렸다. 시작할 때 1만2000달러도 없어서 융자받으러 다녔었는데, 1년 반 만에 ‘100만 달러짜리’ 회사가 됐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하나님의 백성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겠다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 같다. 예수님께서 하고 싶으신 일을 우리를 통해 하시고자 할 때 하면 잘 되는 거다. 내가 딱 40년간 GBM을 운영하고 2023년에 팔면서 뒤돌아보니 내가 한 게 아니더라. 만약 회사를 내 것으로 생각했다면 회사도 잘되지 않았을 것이고, 회사의 비전도 사라졌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신다. 내가 쌓아놓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곳간에 쌓을 때 만사가 형통해진다.”

-회사를 매각하고 청소년을 위한 차세대 기금 100만 달러를 내놓으셨다. 그 외에도 이민사회 등을 위한 활동을 활발히 하신다. 어떤 계기였나.
“60세에 접어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90살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 첫 번째 30년은 배움(터득), 두 번째 30년은 얻음, 세 번째 30년은 사용으로 나누면 하나님 보시기에 기쁘시겠다.’ 지금은 번 돈을 쓰며 봉사하는 마지막 30년이다.
사회봉사 활동에 더 힘쓰고 기부를 하면서 느낀 점은 내가 하나님이 원하시는 대로 남을 위해 쓸 일을 계획하면 하나님께서 그 주머니를 채워주신다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은 내 것이 아니다. 돈, 재능, 육체까지 내가 가진 것은 모두 하나님의 것이다. 나는 매니저, 관리자라고 생각하면 쉬워진다.”

-그런데 막상 하나님 뜻대로 산다는 게 쉽지 않은 경우가 많지 않나.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계속해서 메시지를 주신다. 꼭 음성으로 들리지 않더라도, 육감으로 느껴지는 메시지가 있다. 그 메시지가 육감으로 다가올 때, 핑계를 대지 않고 반응을 취해야 한다. 반응하지 않는 것은 죄다.
내가 섬기는 말씀이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마 7:12)인데, 이건 제안이 아니라 율법이다. 제안은 선택일 수 있지만, 율법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다. 이웃을 사랑하고, 남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알아채고, 그에 반응하는 것은 필수라는 얘기다. 안 하면 안 되니 경각심을 가지고 하나님 말씀대로 행하려는 부담을 갖고 사는 게 좋은 거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은 자꾸 잊어버린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 정계, 특히 공화당 내 회장님 인맥에 관심이 높다.
“나는 정치를 하지 않지만, 공화당에서 정치인들을 도와왔다. 정치인에게 무엇을 바란 것이 아니라, 그저 그들의 정치철학에 동의해 그저 도왔다. 1979년부터 꾸준히 관계를 쌓아가다 보니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들이 늘었다. 내가 어렸을 때 돕던 이들이 중직자가 되어 국회의원과 장관이 되었다. 내가 연락하면 그들도 그건 나라와 타인을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큰 자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다시피 부동산 개발업자다. 그 시절 장사하는 사람끼리 알았고 대통령이 된 뒤엔 수많은 후원자 중 하나가 됐다. 이번 선거 어려울 때도 도왔으니 고마운 사람 중 하나가 된 거다. 그렇다고 내가 대통령에게 이건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미국인이지만 한미우호협회장으로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등으로 어려운 한국 상황에 대해서도 조언해달라.
“미국 상황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화려해 보이지만, 국가 부채가 많고 재정이 거덜 난 비상 상황이다. 더 이상 계속 퍼줄 수 없다는 상태인 거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을 심하게 하고 독단적으로 보이는 건 바꾸기 어렵다. 다만 미국은 민주국가로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견제와 균형’ 제도를 통해 균형을 맞춘다.
미국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어려운 나라를 돕고 이웃 나라를 원조하는 게 정체성인데, 트럼프가 아무리 대통령이어도 국민성을 바꾸진 못할 거다. 결국 미국의 주인은 국민이다. 미국이 다시 안정되기까지 2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그 이후엔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조금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젊은 사람들에게 꼭 하는 말이 있다. ‘용기를 가지고 예수를 믿어라. 교회에서 설교를 듣고 하나님의 권능을 찾으면, 너도 하나님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교회에서 기도하고 찬송하며, 교회 밖에서도 기죽지 말라.’ 하나님께서는 무언가를 하겠다는 마음 자체를 인정하신다. 꼭 일을 많이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우리 크리스천에게는 권위와 권세가 있다. 우리가 용기를 내 예수를 믿고 그 권능을 활용하길 바란다.
우리는 몇조원을 주고도 못 만드는 손과 눈을 가지고 있다. 우리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훌륭하게 만드셨다. 내가 이렇게 강한 사람임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인터뷰를 읽은 사람들이 ‘내가 예수를 믿고 예수의 권능을 입어야겠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정리=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