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외마디 신고에…신속공조로 생명 구한 충남소방

입력 2025-04-07 14:14
충남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 충남도 제

“도와주세요”라고 외친 외마디 119 신고에 소방과 경찰, 지자체가 빠르게 공조하며 귀중한 생명을 구했다.

7일 충남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8시57분쯤 119종합상황실 상황2팀 김동우 소방교에게 119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별다른 말 없이 “도와주세요”라는 소리만 흐릿하게 들려왔다.

김 소방교가 위치 등을 물었지만 신고자는 “도와주세요”라는 말만 반복해서 할 뿐이었다.

위급 상황을 직감한 김 소방교는 신고자의 위치를 추적해 그가 야외 주차장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신고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의 CCTV를 즉시 검색했지만 신고자뿐 아니라 주차된 차량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김 소방교는 해당 지역 지자체 CCTV 통합관제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한 뒤 CCTV가 비추는 방향을 돌려 줄 것을 요청했다. 119상황실에서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CCTV를 볼 수는 있지만 CCTV를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전환된 CCTV 화면에 잡힌 차량 내부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보이는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김 소방교가 차량 비상등을 켜달라고 요청하자 신고자도 이에 응하면서 정확한 위치가 파악됐다.

도 소방본부는 119종합상황실에서 근무 중인 경찰협력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도 소방본부와 충남경찰청이 사건·사고 공동대응을 위해 지난달 24일부터 119종합상황실과 112치안종합상황실에 각각 4명의 소방관과 경찰관을 상호 파견하고 있었던 덕분이다.

순찰 경찰이 곧바로 현장에 도착해 차량 문을 열어 신고자의 상태를 확인했고, 뒤이어 도착한 구급대가 안전 조치를 취해 위급 상황을 넘겼다. 119 신고 접수부터 구조까지 걸린 시간은 10분에 불과했다.

조사 결과 신고자는 차량 안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다가 119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해 시도 과정에서 몸이 움직이지 않고 말을 할 수 없어서 자신의 위치와 상황을 정확히 알릴 수 없었다고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오긍환 도 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장은 “김 소방교의 정확한 판단과 발빠른 조치, 경찰·지자체와의 긴밀한 공조 체제가 없었다면 귀중한 생명을 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각 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홍성=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