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산불 진화 헬기 추락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관계 기관 합동감식이 7일 진행됐다. 대구시는 정부 조사와 별도로 지역 진화 헬기 안전 확보를 위한 정밀 안전 점검을 실시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이하 사조위)는 이날 대구경찰청, 대구소방안전본부, 북구·동구 등과 함께 헬기 추락 지점인 북구 서변동 한 경작지에서 합동 감식을 실시했다.
사조위는 추락한 헬기 잔해물 분포도를 드론 등을 이용해 확인했고 헬기에 남아 있는 연료와 오일을 채취하는 작업도 벌였다. 숨진 조종사의 물품 등이 있는지도 파악했다. 사고 헬기에 설치돼 있던 ‘보조 기억 장치’가 불에 타 인근 CCTV 등을 확인하기도 했다. 전소된 보조 기억 장치는 헬기 운영 회사 측에서 자체적으로 설치한 것으로 1000도 이상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헬기용 블랙박스는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시는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하게 진화 헬기를 검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동안 대구에서는 대구시가 구입한 헬기 2대와 구·군 임차 헬기 4대 등 6대의 진화 헬기를 운용했다. 대구시(대구소방안전본부) 소유 헬기 2대 중 1대는 2019년에 제작된 비교적 기령이 짧은 기체지만 나머지 1대는 2005년 제작된 기종이다. 임차 헬기 4대 중 3대는 동구·달성군·군위군에서 1대씩 운용했고 나머지 1대는 수성·남구·북구·서구에서 공동 임차해 사용했다. 이번에 사고가 난 헬기는 제작된 지 44년 된 미국 벨(BELL) 206L 기종이다. 나머지 3대도 모두 20년이 넘은 기종으로 알려졌다.
임차 헬기 노후화 문제는 대구시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안고 있는 문제다. 경북도가 보유한 진화 헬기 19대 중 13대도 기령이 30년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자체가 안전 점검을 꼼꼼하게 해도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순차적으로 노후 기종을 교체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3시41분쯤 대구 북구 서변동 일대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를 위해 투입된 동구 임차 헬기가 추락해 정궁호(74) 기장이 숨졌다. 지난달 26일에도 경북 의성군 산불 현장에서 30년이 넘은 헬기가 추락해 70대 조종사가 숨졌다.
동구는 청사에 분향소를 운영하기로 했다. 유가족 의견과 가족 장례 일정 등에 맞춰 운영될 예정이다. 고 정 기장은 1986년 7월 경찰 항공대에 입직해 2011년 6월 정년을 채우고 퇴직한 후에도 재난 현장을 떠나지 않고 마지막까지 임무를 다했다. 공무 수행 중 사망한 순직자로 예우받아 호국원에 안장될 수 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