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러’ 박재혁의 앞점멸, 50분 게임을 결정짓다

입력 2025-04-06 21:56 수정 2025-04-06 23:13
LCK 제공

6일 젠지와 T1의 정규 시즌 첫 맞대결 3세트는 50분 동안의 피 튀기는 혈전이었다. 게임의 ‘라스트 맨 스탠딩’은 정교한 스킬 샷으로 ‘구마유시’ 이민형(케이틀린)을 잡아낸 ‘쵸비’ 정지훈(빅토르)이었지만, 그가 결정적인 킬을 만들어내기 전 ‘룰러’ 박재혁(자야)의 대담한 판단이 먼저 있었다.

한타를 다시 복기해보자. 나머지 3인이 허무하게 잡히면서 정지훈과 박재혁만 간신히 살아남았다. 두 사람도 탑라인을 통해 퇴각하려 했지만, ‘페이커’ 이상혁(탈리야)이 순간이동으로 이들의 퇴로를 막아섰다.

여기서 박재혁은 앞으로 가로지르는 대범한 판단을 내렸다. 그는 정지훈과 함께 순간이동한 이상혁을 노리는 듯하더니, 갑자기 앞으로 점멸을 쓰고 상대방에게 스킬을 퍼부으며 죽었다. 비록 킬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오너’ 문현준(세주아니), ‘케리아’ 류민석(바드), 이민형을 모두 빈사 상태로 만들었다. 곧 정지훈이 문현준과 류민석을 마무리해 1대 2 상황이 됐다. 이후로는 모두가 지켜본 대로 정지훈이 이민형을 잡아내고, 순간이동으로 T1 넥서스 앞에 도착해 게임을 끝냈다.
2025 LCK 정규 시즌 T1 대 젠지전 중계화면

기자회견에서 박재혁이 당시 한타 상황을 복기했다. 그는 “아마 팀원 3명이 죽은 상태였을 것이다. 상대 케이틀린이 우릴 쫓아오면서 빅토르의 E스킬(마법공학 광선)을 2번째 것까지 맞아 체력이 절반 줄었다. 탈리야는 뒷텔을 탔고, 세주아니와 바드도 우릴 쫓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앞으로 점멸을 쓰지 않는다면 케이틀린이 미니언으로 체력 흡수를 할 것 같았다. 그러면 상황이 안 좋아질 것 같았다. 앞 점멸로 케이틀린을 잡고 (한타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생각처럼 케이틀린이 안 죽더라”라며 “큰일이 났다고 생각했는데 (정)지훈이가 잘 정리해줬다”고 덧붙였다.
LCK 제공

이겼으니 해프닝이 된 사건, 치명적인 2데스 실수를 저지르고 후에 한타에서 폭발적인 딜링으로 수습한 2세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재혁은 이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당시 상황을 꼽으면서 “연속 데스가 크리티컬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실수하면 ‘실수하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이미 저지른 건데 어떡하겠나, 팀원들에게 ‘미안하다, 잘해볼게’ 하는 마음가짐으로 게임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상대의 녹턴을 활용한 돌진이 까다로웠던 만큼 2데스 이후에는 정지훈(갈리오)을 호위병으로 붙여 생존력을 높였다고도 밝혔다. 박재혁은 “처음엔 게임이 워낙 유리해서 상대가 들어오더라도 죽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연달아 실수를 하면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며 “갈리오를 내 옆에 붙이고 나머지는 상황을 보면서 들어가는 식으로 (한타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