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오전 9시 경기도 용인시 포도나무교회(여주봉 목사) 교육관. 교회가 운영하는 선교원 건물에서의 하루는 예배로 시작된다. 이를 위해 선교원 아이들과 학부모, 사역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랑반(0~2세) 아기들은 엄마 품에 안겨 있고, 소망반(3세)부터 열매반(6세) 아이들은 스스로 앞자리에 앉아 예배에 참여했다. 찬양이 시작되자 40여 명의 아이들은 인도자를 따라 손을 모아 꽃받침을 만들고 “포도나무 예쁜 꽃 하나님을 찬양해요”라는 구호에 맞춰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부모들도 뒤에서 함께 찬양하며 손을 흔들었다.
포도나무교회는 2016년 신앙을 바탕으로 한 영유아 교육을 실천하고자 포도나무교회 선교원을 설립했다. 교회 아동부 및 선교원 담당사역자 이금주(54) 전도사는 “사역자들과 기도 모임에서 ‘하나님 안에서 자녀세대를 키워야 한다’는 비전이 나눠졌었고 과거 한국교회에서 운영하던 선교원을 떠올리며 이곳을 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선교원에서는 매주 화요일 어머니 기도회가 열리며 수요일을 제외한 월·목·금요일에는 오전 9시 예배가 진행된다. 이날 예배 후에는 선교원 아이들 전체가 ‘진실’에 대한 성품 교육을 받았다. 아이들은 “진실은 참되고 거짓이 없어요”라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율동을 했고이어 성품교육 담당 선생님이 동화구연으로 들려주는 양치기 소년 이야기에 집중했다.
성경 중심의 인성·지성·영성 교육
수업을 마친 아이들은 반별로 흩어졌다. 36개월 미만으로 구성된 사랑반 아이들은 줄을 서서 간식을 받는 과정에서 부모의 도움을 받아 기다리는 법과 식사 기도를 배웠다. 간식을 먹은 이후에는 매트에 앉아 플래시 카드를 활용해 숫자와 단어를 익혔다. 3층에서는 열매반 아이들이 가베 놀이를, 믿음반 아이들이 나라별 인사말과 영어로 날씨 표현, 시계 보는 방법을 배웠다. 같은 시각 소망반은 한글 교재를 활용한 언어 교육을 진행했다. 교육 과정은 몬테소리 교구와 성품 30가지를 가르치는 ‘싹난지팡이’ 교육 콘텐츠 등을 활용하며 교회에서 직접 연구한 아이들의 창조론적 발달 과정을 돕는 커리큘럼에 근거한다.
이외에도 언어, 발레, 체험학습 등의 다양한 교육들이 이뤄지지만 이 전도사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배와 가정의 회복을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곳은 ‘자녀 교육과 양육의 기준은 성경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 아래 예배를 최우선으로 하며, 부모 교육 또한 병행한다”고 말했다. 선교원에 아이들을 보낸 부모들은 사역자들의 지도 아래 교회의 다음세대 사역 방향에 맞춰 교육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가족상담전문가 존 로스몬드의 저서 ‘패밀리빌딩’ 등 능동적자녀 양육 5대 원리와 성경적 원리를 담은 책들을 토대로 신앙 안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법을 배운다.
선교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철학은 ‘성경을 기반으로 한 인성, 지성, 영성 교육’이다. 이 전도사는 “우선은 성경의 십자가 복음을 통해 성경적 가치관과 신앙을 갖는 것”이라며 “그 다음에 성품 교육을 통해 올바른 태도와 예절을 익히고 이후 지성 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선교원의 인재상은 근현대 조선에 처음 온 선교사들”이라며 “교육의 목적이 세상에서의 성공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모와 교사가 함께 도와 ‘공동양육’
단순한 보육을 넘어 부모와 교사, 아이들이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성장하는 ‘공동양육’도 특징이다. 부모들은 각자의 전공과 재능을 살려 직접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선배 부모들은 후배 부모들의 본보기가 되어준다. 형님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동생반을 도우며 배려와 협동을 배운다. 이 전도사는 “현대사회에서 부모들이 육아의 부담을 홀로 짊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하나님께서 사람을 공동체 속에서 나누며 배우도록 창조하셨듯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장점으로 선교원은 부모들의 입소문을 타며 성장했고 일부 가정은 교회 근처로 이사까지 했다. 또한 엄마들은 선교원을 통해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한 명만 낳고 키우겠다고 했던 부모들도 아이의 성장을 보며 둘째, 셋째를 계획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 전도사의 말처럼, 올해 이곳에서 태어날 예정인 아이들만 10명에 달한다.
세 자녀를 선교원에 보내고 있는 홍혜선(34)씨는 “아이 양육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었지만, 선교원을 통해 가정 전체가 변화하고 안정감을 찾았다”며 “부모와 자식 간 관계가 회복되고, 공동체 안에서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아이 세 명만 키울 계획이었지만, 선교원에서 신앙 안에서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보며 넷째를 계획하게 됐다. 이후 남편이 정관 수술을 한 상태였음에도 넷째를 낳기 위해 정관복원 수술을 했다. 그러나 의사가 자연임신 어려울 수 있다고 했는데 기적적으로 자연임신에 성공했다. 학부모로서 선교원을 찾았다가 주임교사가 된 방예나(40)씨도 “예배를 통해 하나님과의 교제를 이어가고 성품 교육을 기반으로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이 선교원의 가장 큰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포도나무교회 선교원은 현재 광주 예향교회, 천안 아산등대교회, 경기 의왕 영광교회 등 여러 교회가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 전도사는 “많은 한국교회들이 선교원을 세울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한 아이를 하나님이 창조하신 소중한 한 영혼으로 바라보는 사랑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혼자서는 불가능하지만, 교회 공동체 안에서 함께하면 가능하다”며 “교회가 가정과 다음세대를 신앙 안에서 양육하는 사역에 동참하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용인=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