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원(21·메디힐)이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거짓말 같은 8m 가량의 오르막 슬라이스 이글 퍼트를 성공시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이예원은 6일 부산 금정구 동래베네스트GC(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국내 개막전 두산건설 위브 챔패언십(총상금 12억 원)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보기 3개를 범했지만 버디 3개와 이글 1개를 잡아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한 이예원은 3년여만에 통산 2승에 도전한 홍정민(23·CJ)의 추격을 1타 차이로 뿌리치고 우승 상금 2억1600만 원을 획득했다. 2023년 원년 챔프에 이어 이 대회 통산 두 번째 우승이다.
이예원은 2022년에 KLPGA투어에 데뷔해 통산 6승을 거두고 있다. 데뷔 첫 해에는 무관에 그쳤지만 2년차였던 2023년에는 이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3승을 거둬 상금왕과 대상, 평균타수 1위 등 3관왕을 차지했다. 작년에도 3승으로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시즌 두 번째 대회에서 짜릿한 역전승으로 통산 7승째를 거둔 이예원은 올 시즌에도 어김없이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열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특히 2022년 두산 매치플레이 결승전에서 홍정민에게 당한 패배를 설욕하므로써 기쁨은 배가 됐다.
홍정민에 1타 뒤진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 이예원은 15번 홀(파4)까지 1타를 줄여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팽팽했던 접전은 16번 홀(파4)에서 이예원 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듯했다.
이예원은 두 번째샷만에 볼을 그린에 올린 반면 홍정민은 그린 앞에서 친 세 번째샷이 뒤땅이 되면서 네 번째샷만에 볼을 그린에 올린 것. 그리고 4m 가량의 보기 퍼트마저 실패하면서 더블보기를 범했다.
이예원으로서는 멀리 달아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이예원도 1.6m 가량의 파퍼트를 놓치면서 두 선수간의 타수는 1타 차이 밖에 나지 않았다. 그리고 홍정민이 17번 홀(파4)에서 1.2m 가량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피를 말리는 접전은 마지막 18번 홀(파5)에 가서야 마침표를 찍었다. 홍정민의 그린 밖에서 친 세 번째샷이 홀 바로 앞에서 멈춰 버디를 잡았다. 이예원의 8m 가량의 이글 퍼트가 실패하면 연장에 돌입하는 상황에서 이예원은 클러치 퍼트 한 방으로 피를 말리는 접전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예원은 올 시즌을 앞두고 체력 위주의 훈련을 했다. 작년에 3승을 거두긴 했지만 내용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시즌이었다고 판단해서다. 그래서 체중을 3kg 가량 불렸다. 시즌 마지막까지 체력 유지와 비거리 증대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포석이었다.
그는 2라운드를 마친 뒤 “체중이 불어 힘이 붙으면서 비거리도 조금 늘었다. 전보다 두 번째 샷을 치는 게 훨씬 편해졌다. 아이언 샷을 치면 공이 전보다 묵직하게 날아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번 우승은 겨울 체력 훈련이 효과를 봤다는 걸 입증한 셈이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임하면 2022년 두산 매치플레이에 이어 3년만의 통산 2승에 도전했던 홍정민은 16번 홀 더블보기에 발목이 잡혀 2위에 만족해야 했다. 홍정민은 작년 1년간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서 활동했으나 올해는 국내 무대에 전념한다.
이예원은 경기를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시즌 초반 우승하고 싶었는데 국내 개막전에서 우승해 기쁘다”라며 “마지막 홀에서 들어가면 우승, 안들어가도 연장전이라 생각하고 자신있게 쳤는데 운좋게 들어갔다. 막판에 쇼트 퍼트를 몇 차례 놓쳐 멘탈이 흔들릴 뻔 했는데 끝까지 집중해 우승했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그는 이어 “올 시즌을 앞두고 체중을 불리기 위해 아침 저녁으로 미숫가루를 먹었는데 그 효과를 봤다”라며 “올 시즌 목표인 4승과 단독 다승왕을 향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K-10 클럽(10년 이상 투어 활동)’ 멤버인 안송이(34·KB금융그룹)가 3위(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 ‘루키’ 정지효(18·메디힐)가 4위(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대회를 마쳤다.
작년에 유현조(20·삼천리)에 밀려 아쉽게 신인왕을 놓친 이동은(20·SBI저축은행)은 데일리 베스트인 7언더파 65타를 몰아쳐 지한솔(28·동부건설)과 함께 공동 5위(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에 입상했다.
대회 2연패에 나선 황유민(21·롯데)은 이날 6타를 잃는 최악의 플레이 끝에 공동 33위(최종합계 2오버파 290타), KLPGA투어 전경기 컷 통과 기록을 이어간 ‘레전드’ 신지애(36)는 3타를 줄여 공동 23위(최종합계 이븐파 288타)로 대회를 마쳤다.
동래(부산)=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