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幸福에 대한 小考

입력 2025-04-06 18:28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웰빙연구센터, 갤럽, UN 등이 공동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전체 143개국 중 58위라고 한다. 지난해 52위에서 6단계 하락했다. 순위 하락의 가장 주목되는 원인은 청년층의 삶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다. 20~30대 청년층은 높은 주거비와 불안정한 고용,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삶의 만족도를 낮게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전반에 바이러스처럼 퍼진 갈등이 심화된 영향도 컸다. 정치적 양극화와 사회적 불신,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공동체 의식이 약화됐다. 이런 점은 사회 구성원의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또한, 혼자 식사하거나 외로움을 느끼는 이른바 ‘고립형 삶’이 늘어난 현상도 순위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헌법에 ‘행복추구권’을 명시하고 있다. 군사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1980년 제5공화국 헌법에서 처음으로 행복추구권을 명시한 이후 현재까지도 우리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행복 순위가 낮은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사실, 행복추구권을 헌법에 명시한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일본은 1946년부터 헌법에 행복추구권을 규정했는데, 우리나라도 이를 참조했다.

미국은 독립선언서에 행복추구권을 명시했으나, 정작 헌법에는 넣지 않았다. ‘행복’이라는 가치는 헌법에 명시해서 보장받는 가치가 아니라 입헌주의의 원칙상 규정 없이도 당연히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집어넣지 않은 것이다. 사실 모든 기본권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행복을 추구한다. 따라서 행복추구권이 모든 기본권의 전제 사항에 해당하므로 굳이 헌법에 별도 조항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나 싶다.

30년 전의 일이다. 헌법에 규정된 이상 헌법재판소가 이 권리의 성격에 대해 판단했다.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포괄적 의미의 자유권 성격을 지니는 권리라고. 즉, 이 권리는 행복을 추구하기 위하여 국가에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개인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국가가 방해해서는 안 되는 권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이런 태도는 과거 개인의 자유가 수시로 박탈되던 시기에는 의미가 있었겠으나, 생존권과 복지가 중요해진 요즘 시대에는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요즘같이 비정상 상황으로 인해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며 노심초사하는 시국에 행복을 말하는 것이 배부른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정상이 회복되는 그날 행복도 실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다행히 헌법재판소가 비정상의 정점에 있던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정상 회복의 시금석을 놓았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