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최고 실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5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이 “제로(0) 관세 상황으로 이동해 사실상 자유무역 지대를 형성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20%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한 지 불과 3일 만으로 트럼프와 머스크 사이에 이상기류가 감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는 이날 이탈리아 극우 정당인 ‘동맹(league)’이 피렌체에서 개최한 화상회의에 참석해 관세에 대한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머스크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대해 공개 발언한 것은 이례적이다. 머스크는 또 “미국과 유럽이 아주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길 바란다”고도 했다. 트럼프가 유럽에 대해 무역적자와 방위비 분담 등을 들어 “미국을 털어 먹었다”고 말한 것과는 거리가 있는 발언이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경제 책사로 ‘관세 초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에 대한 비판적 인식도 드러냈다. 머스크는 ‘엑스’에 한 네티즌이 ‘나바로는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고 쓰자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는 좋은 게 아니라 나쁜 것”이라며 “자아(ego)가 두뇌(brains)보다 큰 문제로 귀결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다른 네티즌이 나바로를 옹호하자 머스크는 “그 사람은 아무것도 제대로 만든 게 없다(He ain't built s--t)”이라고 반박했다.
온라인 전문매체 악시오스는 “머스크가 그동안 피해왔던 관세 논쟁에 뛰어든 것은 미국이 글로벌 경제 질서를 재정립하려는 노력에 더 많은 불확실성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와 머스크 사이에 이상기류를 감지할 만한 일은 또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4일 “트럼프가 장관들과 참모들로부터 불만이 제기된 이후에 머스크를 더 잘 관리하라고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에게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와일스 비서실장에게 머스크 관리를 지시한 시점은 지난달 초로 장관들 사이에서 머스크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시점이다.
머스크가 점점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불만은 공화당에서도 나온다. 머스크는 최근 실시된 위스콘신주 대법원 선거에서 보수 후보 지원을 위해 2000만달러(약 292억원)를 쏟아부었지만, 선거는 진보 성향 판사가 승리했다. 해당 선거는 머스크에 대한 찬반 여론이 쟁점화되면서 공화당에 악재가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는 최근 머스크의 퇴진 시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머스크는 결국 자신이 이끄는 전기차 회사 테슬라와 우주기업 스페이스X 등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