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탑라이너로 꼽히는 한화생명e스포츠 ‘제우스’ 최우제. 그가 초반 라인전 단계부터 만들어내는 무·유형의 이득은 팀원들과의 소통과 어우러져 더 큰 스노우볼이 된다. 4일 KT 롤스터전 1세트 최우제의 초반 동선을 따라가면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그가 얼마나 가치 있는 선수인지를 다시금 상기한다.
우선 4분 중반대부터다. 그는 탑 갱킹에 노출돼 체력을 잃고 점멸도 써야 했다. 하지만 데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최우제는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갱킹을 확실하게 예상하진 못했고 위험한 상황이라고만 생각했다”면서 “스카너가 보였을 때 ‘피넛’ (한)왕호 형이 ‘스카너는 지금 ‘이쉬탈의 격돌(E)’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줘서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우찬과 마주하기 전에 간발의 차이로 라인을 깔끔하게 밀어 넣었다.
귀환 후 그의 행선지는 라인 스와프의 정석대로라면 바텀이 돼야 했다. 하지만 탑에서 출발한 그는 우선 미드로 향했다. 5분18분경 미드 아래쪽 일자 부시에서 포킹 공격을 날려 ‘비디디’ 곽보성(아지르)의 귀환을 끊었다. 5분 중반대에 곽보성의 귀환 턴이 밀렸다는 것은, 한화생명이 6분에 첫 유충이 등장하기 전 인근 전장을 먼저 장악할 수 있단 의미와 같았다.
최우제는 “바텀이 라인전보다 밸류에 강점이 있는 챔피언들로 구성돼서 라인 스와프 때 불리할 거라고 생각했다. 스와프 타이밍은 제이스가 30초에서 1분가량 ‘백수’가 되는 시점이었다. 어디를 찌르는 게 효과적일까 고민하다가 아지르가 라인을 미는 걸 보고 미드를 선택했다. ‘제카’ (김)건우 형과 소통하면서 ‘아지르 집을 끊으면 꽤 좋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복기했다.
최우제는 팀에 ‘소확행’을 안긴 뒤 비로소 바텀으로 갔다. 먼저 한화생명 바텀 듀오가 밀어넣어 쌓인 웨이브를 받아 먹기 위해 바텀 1차 포탑에 순간이동을 썼던 상대방과 달리 그는 순간이동을 아꼈다. 6분대 유충 등장 시점에 적극적으로 딜 교환을 하지 않고 체력을 관리하며 상대에게 순간이동을 빌미로 한 무언의 압박을 보냈다. 여기서 한화생명은 라인을 먼저 밀 수 있었던 ‘제카’ 김건우(탈리야)의 빠른 합류까지 더해져 유충 3개와 퍼스트 블러드를 챙겼다.
이런 최우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려야 할까? 많은 팀이 최우제의 성장을 막고 그의 지배력과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라인전부터 운영 단계에 이르기까지 한화생명 탑라인에 많은 자원을 투자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최우제 역시 이 같은 집중 견제를 자각하고 이런 상황에서 최선의 플레이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결론은 돌고 돌아 라인전이다. 그는 “상대가 탑에 투자했을 때 이걸 잘 흘려내기만 하면 게임을 이기기가 굉장히 쉬워진다”면서 “우선은 라인전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 라인전에서 여유를 벌어놓으면 상대방에게 한 번쯤 잡히더라도 상대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라인전에서 최우제의 기세를 꺾어놓는 미션을 수행해야만 한화생명의 초반 스노우볼을 막을 수 있는 셈이다. 올해는 과연 몇 명이 나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걸 수 있을까.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