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이 일제히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환영하며 ‘통합’을 이슈로 제기했다. 조기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기 위해선 강한 범야권 연대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재명 대표 대세론이 굳건한 상황에서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도 이어질 전망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낸 입장문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지난해 12월 3일 이전으로의 회복이 아니다. 이제 정말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경제와 민생의 위기 앞에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저도 절박하게 그리고 겸손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와 함께 민주당 내 잠재적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김 전 총리는 “분열의 시간을 극복하고 통합의 마당을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 또한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의 대개조에 착수하자”며 “정권교체가 첫 단추다. 압도적인 정권교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외에 박용진 전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다른 비명계 인사들도 올해 초부터 이 대표에게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양측의 긴장감은 이 대표가 유튜브 방송에서 과거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당시 검찰과 당내 일부가 ‘내통’했다는 취지로 발언하며 고조되는 듯했으나, 윤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를 계기로 완화됐다.
다만 이 같은 행보는 여전히 이 대표의 독주 체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상대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 대표는 34%로 선두를 달렸다. 민주당 지지층 중에선 73%가 이 대표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경쟁자들은 일단 이 대표 측 움직임을 살피면서 향후 행보 관련 고민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한 비명계 인사 측은 “조금 지난 다음에 논의해서 다음 주 초쯤 (조기 대선 관련) 얘기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