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1호 당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선고에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한 두 번째 대통령을 배출하게 됐다는 ‘멍에’를 지게 된 당 지도부는 국민에게 사과했다. 국민의힘은 당장 현실화한 조기대선에 당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탄핵국면이라는 터널을 지나면서 탄핵 찬반으로 극명하게 나뉜 분열상을 조속히 수습하는 게 당면 과제다. 여전히 강성 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역시 지도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헌재 선고 직후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국민의힘은 헌재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겸허하게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먼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이번 사태로 인한 국민의 분노와 아픔에 대해서도 무겁게 인식하고, 질책과 비판 모두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당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더불어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한 상황서 반복되는 폭거를 제대로 막지 못한 것도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선고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 손으로 선출한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물러나게 됐다”며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헌재 판결을 겸허하게 수용한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마음은 아프지만 헌재 결정은 존중해야만 한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 사회가 갈등과 분열을 넘어 통합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조기대선 모드’로의 전환을 시사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금도 정치의 시계는 어김없이 돌아가고 있다”며 “시간은 촉박하지만 절대로 물러설 수 없고, 져서는 안 될 선거”라고 말했다.
다만 지도부가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탄핵국면이 장기화하면서 당은 탄핵을 반대하는 주류 의견과 탄핵은 불가파하다는 소수 의견이 대립해 왔다. 이날 열린 의총에서도 일부 ‘반탄파’ 의원들은 탄핵에 찬성한 일부 의원을 겨냥해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설정도 조기대선 핵심 변수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금까지 윤 전 대통령과 철저한 거리두기를 해 왔다. 윤 전 대통령 구속 당시 구치소 면회와 석방 이후 관저 면담이 탄핵국면에서 윤 전 대통령과 지도부 간 공식 대면의 전부였다. 이는 조기대선 국면 전개 시 중도확장으로 선회하기 위한 전략적 스탠스로 평가됐다. 하지만 강성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윤 전 대통령 지지세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과 윤 전 대통령과의 분리에 있어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현수 이강민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