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을 하는 순간 이를 실시간 지켜보던 탄핵 찬반 집회 현장 분위기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탄핵 찬성 측은 참가자들끼리 얼싸안고 환호했다. 탄핵 반대 측 집회 현장에서는 “말도 안 된다”면서 오열이 터져나 왔다. 반대 측 일부 격앙된 참가자는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에 자리 잡은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선고 요지를 한 줄씩 읽어 내려갈 때마다 한목소리로 환호했다. 일부 참가자는 “이겼어!”라고 외치거나 “맞아요”라고 호응했다. 특히 문 권한대행이 “입법·예산안 심의 등 중대한 위기상황을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다” “절차적 요건을 크게 위반했다”고 한 대목에서는 환호성이 커졌다.
문 권한대행이 오전 11시22분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밝힌 순간 참가자들이 다 같이 일어나 환호했다.
서울 종로구 안국역 6번 출구 앞 탄핵 찬성 참가자들의 표정도 비슷했다. 이곳에는 오전 10시45분 기준 약 1만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였다. 파면 결정 직후 밴드 데이식스의 노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흘러나왔다. 참가자들은 서로 껴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거나, 하이파이브를 하며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한 참가자는 밝은 얼굴로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파면됐다”고 크게 외쳤다.
반면 한남동 관저 인근에 약 1만명이 모인 탄핵 반대 측 집회에선 분노한 모습이 연출됐다. 자유통일당이 주최하는 ‘자유통일 광화문대회’ 참가자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거짓말이다” “대체 왜”라고 외쳤다. 집회 장소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일부 참가자는 “문형배 XXXX 왜 저래”라며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주저앉으며 “하나님, 도와주세요”라며 비명을 질렀다. 오열 소리와 함께 참가자들끼리 싸우는 소리도 들려왔다.
헌재의 선고가 막바지로 갈수록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일부는 문 권한대행이 나오는 화면을 삿대질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욕설을 뱉었고, 파면을 감지한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단체로 욕설과 고성이 난무했다. 한 중년 여성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바닥에 내던졌다. 곳곳에서 “나라가 썩었다” “다 쏴 죽여야 한다” 등의 격한 발언이 나왔다. “내가 지금 민주당 XX들과 문형배 죽이러 간다”고 소리 지르는 청년들도 보였다.
현장은 순식간에 울음바다로 변했다. 오전 11시부터 무릎을 꿇고 기도하던 20대 남성은 넋이 나간 채 바닥에 앉아 있었다. 몸에 대형 태극기를 두른 30대 남성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눈물을 흘렸다. 일부 참가자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싸워서 복권해야 한다. 빨갱이 판사들을 다 죽여야 한다. 말이 되느냐”고 소리쳤다.
김용현 김승연 윤예솔 최원준 한웅희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