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본관세와 57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포함한 관세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은 관세 조치를 놓고 개별국과 후속 협상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협상 시작이며 냉정하게 대응해 실익 극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미국발 보호무역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만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에도 대비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미국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3일 서울시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미국 상호관세와 통상 정책 향방’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했다. 미국은 오는 5일부터 모든 국가에 대해 10%의 관세를 추가 부과하고 9일 이후로는 한국을 포함해 50여개국에 대해 국별 상호관세를 부과한다. 다만 기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25% 관세를 부과 중인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와 품목별 관세 부과를 예고한 반도체, 의약품, 동(銅) 등은 상호관세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여한구 피터슨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수십년 동안 무역 상대국이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우해 미국도 그만큼을 부과하겠다는 상호관세 프레임이 유권자에게 통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관세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여 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한 압박해 상대방을 충격에 빠트리고 교란하는 특유의 ‘협상의 기술’을 사용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일희일비하는 감정적 대응보다 긴 호흡으로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 명시된 한국의 비관세 장벽을 검토하고 관세 부과 자체보다는 다른 국가와의 상대적인 경쟁 구도 형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요국의 대응과 협상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유럽연합(EU)은 남미공동시장(MERCOSUR)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정부는 대미 협상을 진행하면서 주요국과 연대 방안을 살피고 국내적으로는 피해 산업 지원 방안과 시장 다변화로 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김형주 LG경영연구원 경제정책부문 부문장은 “상호관세가 미국의 최종 목표가 아닐 가능성에 대비하는 동시에 이번 조치가 미국 외 다른 나라의 통상 정책에 가져올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글로벌 생산 분업을 주도한 기업들이 비용 산정 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지고 복잡해져 경영 전략을 상당 부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정민 무역안보관리원장은 이번 관세 조치에 대해 “최소한의 규범과 물가의 영향이 어느 정도는 고려된 결과”라고 평가하며 “수입 및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관세 조치가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경기 침체도 우려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신동찬 법무법인 율촌 파트너 변호사는 “국가별 관세율이 산출된 방식을 고려했을 때 각국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민관이 합심해 미국 정부를 설득하고 타협을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경쟁국과의 관세 격차, 자동차와 반도체 등에 중복적으로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점을 볼 때 최악의 결과는 아니다”며 “이제 정부는 협상으로, 경제단체 등 민간은 미국 설득으로 관세 파고를 극복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기업이 다수 진출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에 대한 관세 조치가 다양하고 일부는 품목별로 차이가 있는 만큼 업계는 공급망 전략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