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주’김민솔, 압도적 경기로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첫날 단독 선두 ‘돌풍’

입력 2025-04-03 18:32
3일 부산 동래 베네스트GC에서 열린 KLPGA투어 국내 개막전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5타차 단독 선두에 오른 김민솔이 7번 홀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 KLPGA

“나에 대한 의구심은 80% 이상 없어졌다.”

‘기대주’ 김민솔(18·두산건설)이 같은 코스에서 전혀 다른 경기를 펼쳐 선두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3일 부산 동래 베네스트G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국내 개막전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총상금 12억 원) 1라운드에서다.

이날 김민솔은 보기는 1개로 틀어 막고 버디 9개를 쓸어 담아 8언더파 64타를 쳤다. 공동 2위 그룹에 4타 앞선 압도적 스코어다.

43년만에 KLPGA투어 대회가 열리는 동래 베네스트GC는 코스는 높낮이가 심한 코스 레이아웃과 작고 라인이 까다로운데다 스피드가 3.4m에 이르는 빠른 그린으로 선수들을 괴롭혔다.

그러나 김민솔은 전혀 다른 경기를 했다. 2번 홀(파4)부터 8번 홀(파3)까지 7개 홀 연속 버디를 잡으며 기세를 올렸다. 7~11m에 이르는 중장거리 퍼트가 쏙쏙 들어갔다. 두 차례는 3m에 붙여 버디를 잡았다. 5번 홀(파4)과 7번 홀(파4)은 ‘탭인’ 버디였다.

9번 홀(파5)에서 아쉽게 버디 퍼트를 놓쳐 KLPGA투어 최다 연속 버디 기록(8홀)을 놓쳤다. 그러나 10번(파4)과 11번 홀(파4) 연속 버디로 KLPGA 최소타 기록(12언더파) 경신에 대한 기대감을 높혔다.

하지만 김민솔의 신들린 샷은 거기까지였다. 12번 홀(파3)부터 버디 기회를 살리지 못하던 김민솔은 급기야 17번 홀(파4)에서 1m가 조금 넘는 파퍼트를 놓쳐 옥에 티를 남긴 채 1라운드를 마쳤다.

김민솔은 아마추어 세계랭킹 2위까지 올랐던 기대주다. 제주지사배, 블루원배, 송암배, 드림파크배, 그리고 전국체전 등 굵직한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했다. 2023년 세계아마추어 팀선수권대회 단체전 우승에 이어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도 획득했다.

작년 7월 국가대표를 반납하고 프로 전향을 선언했다. 만 18세 생일이 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뒤늦게 참가한 KLPGA드림투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내 실망감이 컸다. 게다가 시드전에서도 83위로 밀려 올 시즌 KLPGA투어 입성에 실패했다.

1라운드 여세를 몰아 김민솔이 대회 우승에 성공하면 곧장 KLPGA투어 시드를 받게 된다. 반면 2위 이하 성적을 거두면 드림투어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물론 공식 상금 랭킹에도 반영되지 않는다.
3일 부산 동래 베네스트GC에서 열린 KLPGA투어 국내 개막전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2연패에 나선 황유민이 1번 홀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 황유민은 이날 4타를 줄여 공동 2위에 자리했다. KLPGA

김민솔이 첫날 선두에 오른 것은 지난 겨울 전지훈련이 효과가 있었다는 걸 입증한 셈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그는 작년 12월부터 뉴질랜드 교포 에디 리(한국 이름 이승용)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에디 리는 2002년 한국프로골프 매경오픈 챔피언이다.

김민솔은 “이 대회 전에 이 코스에서 4번 쳐봤는데 딱히 어려운 코스라는 느낌은 없었다”면서 “오늘은 두 번째 샷이 잘 됐다. 운이 좋았던 샷도 있었다. 초반부터 버디가 연속으로 나와서 신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주 드림투어 대회를 치르고 와서 그린 스피드가 너무 차이가 나서 넣는 것보다는 붙이자는 마음이었다”며 “연속 버디 행진은 의식했는데 9번 홀에서 끊겨 실망감이 있었지만 10번 홀 버디가 큰 힘이 됐다. 후반 파 5홀에서 버디를 놓친 게 아쉽다”고 했다.

김민솔은 지난해 부진에 대해 “나 자신과 내 골프에 대한 믿음이 점점 없어져 가던 시점에 프로 전향을 선언했다”라며 “그러다 1월부터 3월까지 2개월간 뉴질랜드에서 전지훈련을 통해 마음가짐을 다잡았다. 기술적으로도 많이 개선했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는 마지막 3일간 경기에 임하는 전략도 밝혔다. 김민솔은 “나에 대한 의구심은 80%가량 사라졌다”라며 “남은 라운드는 오늘 좋았던 부분은 살리고 아쉬웠던 부분은 보완하면서 치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디펜딩 챔피언’ 황유민(21·롯데)과 홍정민(23·CJ)이 4언더파 68타를 쳐 공동 2위에 자리했다. 작년 공동 다승왕(3승) 마다솜(26·삼천리)과 이예원(21·메디힐)은 나란히 3타씩을 줄여 방신실(20·KB금융그룹) 등과 함께 공동 4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동래(부산)=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