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 관세’를 발표하면서 해운·항공업계에선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자·자동차 부품 등 관세 직격탄을 맞는 품목을 중심으로 물동량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관세가 오르면 수입품 가격이 상승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교역량도 감소한다”며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 물동량 감소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관세 인상으로 교역이 위축되면 2026년 해운 수요가 약 10% 하락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올해 들어 해운 운임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세계 해상운송 운임을 보여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8일 기준 1356.9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1월 3일 2505.17에 비해 절반에 미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추가 하락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관세뿐만 아니라 ‘중국산 선박에 대한 수수료 부과 정책’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무역 대표부(USTR)는 중국산 선박에 150만 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은 중국산 선박의 비중이 적어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벌크선 위주의 선사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벌크선은 저부가가치 선박인 데다, 중국의 낮은 가격에 경쟁이 되지 않아 국내 조선사가 오랫동안 건조하지 않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벌크선을 사용하는 선사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입항세 부과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대서양, 인도, 남미 등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 중심으로 신규 서비스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사업 다각화 등 경쟁력 강화 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다.
항공업계에서도 교역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입 물가 상승, 소비 위축, 화물 물동량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전자 제품, 자동차 부품 등이 관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항공 운임도 하락세다. 항공화물 운임 지표인 ‘발틱항공운임지수’는 지난달 24일 기준 2127.0으로지난해 12월 최고치(2602.0)보다 18.3% 하락했다. 항공 화물운임이 하락하면서 이를 성장 동력으로 삼던 항공사들의 영업이익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 등 체질 개선 등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