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1885~2025년’ 신뢰 회복과 신실한 삶이 과제

입력 2025-04-03 15:57
호러스 G 언더우스 선교사의 고손 피터 언더우드가 3일 서울 종로 새문안교회에서 진행된 '한국선교 140주년 기념예배'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서상륜 선교사가 중국에서 예수님을 만나 한국에 소래교회를 설립한 것으로 따지면 한국 선교는 140년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졌습니다. 선교 140년을 축하하지만 그렇다고 이제부터 쉬면 안 됩니다. 한국교회 신뢰 회복을 위해 기독교인이 더 모범적이고 신실한 생활을 하면서 더 열심히 뛰길 부탁드립다.”

호러스 G 언더우드 선교사의 고손인 피터 언더우드(경영 컨설턴트)가 선교 14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에 전한 당부는 ‘신뢰 회복과 신실한 신앙생활’이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김정석 목사)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총회장 김영걸 목사) 예장합동 총회(총회장 김종혁 목사)가 3일 서울 종로 새문안교회(이상학 목사)에서 드린 ‘한국선교 140주년 기념 예배’에서다.

1885년에서 2025년까지 복음의 씨앗을 파종하고 있는 한국교회가 새로운 복음의 미래를 그리는 데 언더우드 선교사 고손의 당부는 큰 울림으로 다가 왔다. 한국교회는 1885년 부활주일, 헨리 G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선교사가 인천 제물포항을 통해 입국한 뒤 지금까지 복음의 역사를 쓰고 있다.

연합의 의미를 살린 이날 예배는 김영걸 총회장의 인도, 김정석 감독회장의 설교, 김종혁 총회장의 축도 순으로 진행됐다.

‘새로운 역사의 물꼬를 튼 복음’ 제하의 설교를 한 김 감독회장은 “140년 전 이 땅에 복음을 전했던 선교사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을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낮은 데로 임해 소외된 이웃과 함께한다는 자세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선교사들은 복음을 전할 뿐 아니라 긍휼과 공의를 실천하며 교육과 의료, 여성 인권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헌신적으로 섬겼고 자녀를 잃는 아픔 속에서도 이 땅을 떠나지 않았다”면서 “감리교와 장로교 선교사들은 교파를 넘어 연합해 복음을 전했고 이 연합의 정신은 오늘날 한국교회가 회복해야 할 귀한 유산으로 남아 있는 만큼 함께 맡겨진 사명을 감당하자”고 권했다.

이영훈(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박상규(한국기독교장로회) 박병선(예장고신) 총회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기념사와 축사로 대회를 격려했다. 아펜젤러 선교사 5대손인 로버트 셰필드도 “우리 가족과 교회를 대표해서 한국교회에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인사했다.

예배 후 진행된 학술 세미나에선 140년간 선교와 교육, 사회봉사 영역에서 이룬 성과를 종합적으로 돌아보고 과제와 방향성이 제시됐다. 하희정(감신대 연구교수) 박상진(장로회신학대 명예교수), 안인섭(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 박사 등은 각각 선교와 교육, 사회봉사를 주제로 발표했다.

하 박사는 우리나라 선교가 ‘동아시아 선교’라는 큰 틀 속에서 준비됐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동아시아 선교의 마지막 단추였다”며 중국·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선교사들이 무력이 아닌 의료와 교육을 통한 선교를 펼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글 성서번역을 통해 지배층이 독점했던 지식을 일반 대중에게 개방함으로써 계급 타파와 민주주의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면서 “지금 한국교회는 양적 성장보다 초기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리세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교육을 주제로 발표한 박 박사는 한국 근대교육의 시작인 배재학당(1885년)과 언더우드 학당(1886년) 등이 ‘선교의 요람’이었다고 했다. 그는 “1969년 평준화 제도 도입 이후 기독교 학교의 정체성이 약화했다”면서 “오늘날 기독교 학교가 본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신앙교육 강화와 기독 교사의 소명과 영성 회복, 기독교 학교의 공공성 확대, 교회와 학교의 연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박사는 초기 한국 개신교 선교가 사회선교의 성격을 띠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장로고 선교사였던 언더우드는 개혁주의적 총체적 선교를, 감리교 선교사 아펜젤러는 신중한 사회선교를 추진했다”며 “두 교단이 교육, 의료, 빈민구제, 문맹 퇴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헌금은 탈북 신학생과 선교사 후손들이 예배드리는 유니온교회 지원에 사용하기로 했다.

글·사진=장창일 김아영 박용미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