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쓰고 버리긴 아깝고, 다시 쓰자니 찜찜하고…”
이제 그런 고민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햇빛만 쬐어도 바이러스를 없애고, 수만 번 접었다 펴도 멀쩡한 ‘똑똑한 마스크’가 국내 연구진 손에서 탄생했다.
부산대 이형우 교수 연구팀이 성균관대·고려대와 손잡고 개발한 이 마스크는 기존의 일회용 마스크와는 완전히 다르다. 일단 한두 번 쓰고 버리는 구조가 아니다. 잘만 쓰면 수천 번도 문제없고, 게다가 바이러스까지 ‘셀프 살균’ 한다.
비밀은 바로 ‘탄소나노튜브’라는 아주 가는 탄소 소재에 있다. 이 소재를 이용해 햇빛이나 전기 열만으로 마스크 표면의 바이러스를 99.8% 없애는 기술을 구현했다. 말 그대로 햇볕에 널어두면 마스크가 스스로 바이러스를 정리한다. 이 정도면 마스크계 ‘자율청소기’라 할 만하다.
게다가 한두 번 접는 것쯤은 걱정할 필요도 없다. 1만 번을 넘게 접었다 펴도 기능이 멀쩡하다는 실험 결과도 나왔다. 출퇴근길 주머니나 가방 속에서 구겨져도 걱정 없다.
이 마스크는 통기성도 좋아 습기가 덜 차고 숨쉬기도 편하다. 나아가 마스크 안에 센서 기능도 탑재할 수 있어, 착용자의 호흡 상태나 습기를 감지하는 스마트 마스크로도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던 일회용 마스크의 환경 부담도 확 줄일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일상이 된 마스크가 이제는 지속 가능한 방역 도구로 진화한 셈이다.
3일 부산대학교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고,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SusMat’에 실렸다.
이형우 교수는 “환경도 살리고, 기능도 뛰어난 차세대 마스크”라며 “실제로 제품화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