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이 홈에서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2승째를 낚아 통합 우승에 한발 다가섰다. 올 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나는 ‘배구 황제’ 김연경은 5세트 원맨쇼를 펼치며 우승컵을 정조준했다.
흥국생명은 2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정관장과 챔프전 2차전 홈 경기에서 3대 2(23-25, 18-25, 25-22, 25-12, 15-12)로 승리했다. 지난 1차전에 이어 2연승을 달리면서 챔프전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역대 챔프전 최다 진출(11회) 팀에 빛나는 흥국생명은 이번에 우승을 차지하면 여자부 챔프전 최다 우승(4회) 기록을 하나 더 늘릴 수 있다.
1, 2세트는 주고 시작했다. 정관장은 1차전에서 허리 부상으로 빠졌던 리베로 노란이 진통제 부상 투혼을 펼치며 자리를 지켰고 리시브에서 우위를 점했다. 반면 흥국생명은 쉬운 볼을 잘 받지 못하면서 발목 잡혔다. 1세트 흥국생명의 리시브 효율은 0%로 저조했다.
공격 전개 역시 시원찮았다. 투트쿠가 승부처마다 흐름을 끊는 만회 득점을 올렸으나 김연경의 공격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김연경이 1~2세트 공격 성공률 18.18%를 기록한 가운데, 흥국생명은 연달아 세트를 헌납하며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3세트부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두 팀이 근소한 점수 차를 유지하며 팽팽한 흐름이 이어지는 듯했으나, 뒤늦게 집중력을 끌어올린 흥국생명이 반격에 성공했다. 22-22 동점 상황에서 정관장은 메가와 부키리치의 회심의 공격이 모두 라인 밖을 향하면서 3연속 범실을 기록했고, 결국 흥국생명의 추격을 허용했다.
기세를 올린 흥국생명은 4세트 들어 일방적인 공세를 펼쳤다. 3연속 득점으로 포문을 연 흥국생명은 24-12 더블 스코어로 세트포인트를 밟은 후, 정윤주의 퀵오픈 득점을 끝으로 세트 스코어 2-2 균형을 맞췄다. 정관장은 부키리치가 4세트까지 범실 14개를 쏟아내며 크게 흔들렸다.
마지막 5세트 승부를 마무리한 건 해결사 김연경이었다. 타점 높은 스파이크를 정관장 코트에 연달아 꽂아 넣으며 5세트에만 6점 공격성공률 66.67%를 기록했다. 체력이 바닥난 정관장은 메가의 서브 범실이 나오면서 아쉬운 패배를 떠안았다.
승장과 패장 모두 경기 후 김연경을 치켜세웠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5세트에서 김연경은 정말 대단했다”며 “(김연경의 복귀 후) 지켜본 3년 동안 가장 좋은 타점과 각이 나왔다. 정호영과 메가가 2인 블로킹으로 따라갔지만 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부분에서 마지막 차이가 나온 듯하다”고 짚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도 “오늘 경기는 김연경이 없었으면 이기기 어려웠다”고 짚었다.
이제 두 팀은 4일부터 대전 충무체육관으로 장소를 옮겨 3·4차전을 진행한다.
인천=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