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미안먀” 강진에 한인 선교사들 ‘직격탄’

입력 2025-04-02 15:50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진 모습

최근 미얀마를 강타한 지진으로 인해 현지에서 활동 중인 한인 선교사 25가정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선교센터 붕괴 등 물적 피해와 함께 전기·수도 공급 중단으로 인해 현지 선교 활동에도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에서 발생한 규모 7.7의 대지진은 공항과 다리 등 주요 기반시설을 붕괴하고 통신망을 마비시켰다. 이번 강진은 1950년 이후 미얀마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현재까지 사망자는 2천 명을 넘어섰으며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사망자가 1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71%에 달한다고 예측한다.

미얀마 피난민들이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모습. 이명재 실로암교회 목사 제공

32년간 미얀마 이주민을 대상으로 선교한 이명재 부천 실로암교회 목사는 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피해 지역에 한인이 70여명 있는데 인터넷 연결이 안 돼 현재 SNS조차 연락이 불가한 상황”이라며 “미얀마 현지인들도 큰 충격에 휩싸였다. 피해 지역은 처참한 상황이라고 한다. 모든 전기선이 끊어졌고 건물들이 완전히 전소됐다. 이재민들이 거리에서 노숙하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청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소속 A선교사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얀마는 시간이 멈춘 듯하다”며 현지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A선교사는 “피해 지역은 이미 폐허가 됐으며,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 주민들도 정신적 충격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명재 실로암교회 목사 제공

이날 미얀마한인선교사회(미선회)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180가정의 한인 선교사 중 25가정이 이번 강진으로 피해를 입었으나 인명 피해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선교사는 “미선회에 등록되지 않은 선교사들까지 고려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별 피해 상황은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A선교사는 “네피도에서 활동하는 B선교사의 3층 선교센터는 피해가 매우 심각해 즉각적인 안전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구조 안전성 검사 결과에 따라 재사용이 불가능할 경우 철거 후 재건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아웅반 지역에서 사역 중인 C선교사는 건축 중이던 선교센터 담장이 무너지고 건물 벽면에 균열이 발생하는 피해를 입었다. 해당 지역의 재산피해 규모는 약 300만원으로 추산된다.

건물 피해와 더불어 기본 생활 인프라 붕괴도 선교 활동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A선교사는 “수도 양곤의 선교사들도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겨 일상생활에 심각한 불편을 겪고 있다”며 “양곤 지역 선교사들은 직접적인 피해는 없으나, 협력 중인 현지 교회와 목회자들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A선교사는 다음 주 중 네피도의 피해 선교사들을 방문해 식료품과 의약품 등 구호물자를 전달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교회를 향해 “미얀마 전역이 극심한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현지 선교사들과 주민들을 위한 신속한 지원과 기도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지진으로 폐허가 된 마을

복수의 미얀마 선교사들에 따르면 현재 피해 지역에 있는 한인 선교사들과의 연락은 쉽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내전으로 이미 취약했던 국가 인프라가 이번 지진으로 더욱 파괴돼 복구는커녕 매몰자와 실종자 수색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환난 가운에 있는 미얀마 피난민을 돕는 구호 활동도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국제어린이양육기구 한국컴패션(대표 서정인 목사)은 지진 피해를 입은 미얀마를 돕기 위해 긴급 모금에 나섰다고 2일 밝혔다. 한국컴패션은 현지교회와 미얀마 어린이의 양육을 돕고 지진 피해 규모 조사 등에 협력하고 있다. 긴급 모금으로 후원받은 금액 전액은 피해 지역 주민들의 생필품, 긴급 식량, 임시 거처 마련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서정인 대표는 “재난으로 가족을 잃고 여진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 미얀마 사람들을 돕기 위해 긴급 모금을 시작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김아영 박윤서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