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마을 방향 불길 막아라!”…사투 벌인 골프장 직원들

입력 2025-04-02 15:46
안동 리버힐 컨트리클럽 전경. 자이언트골프앤투어 제공


역대급 피해가 발생한 경북 북부지역 산불 가운데서 안동의 한 호텔이 긴급 대피한 주민들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고, 한 골프장은 퇴근했던 직원들이 진화에 나서 하회마을로 가던 불길을 저지하는데 일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일 안동 리첼호텔에 따르면 의성 산불이 안동으로 번지기 시작한 지난 달 24일부터 29일까지 이재민 180여명에게 객실을 내줬다. 또 아침에는 평소 호텔에서 내놓는 것과 똑같은 뷔페식을 제공했다.

리첼호텔 측은 지난달 24일 오후 4시쯤 의성군과 인접한 길안면 쪽에 불길이 번진다는 소식에 대피할 곳 없는 주민들을 호텔로 모으기로 하고 같은 날 오후 6시쯤 안동시 재난부서에 연락했다.

전체 90개 객실 중 예약된 객실에 대해서는 투숙객에게 사정을 설명한 후 동의를 얻어 예약을 취소하고 객실을 비우기도 했다.

안동시가 같은 날 오후 9시쯤 길안면 주민들을 리첼호텔 쪽으로 대피시킨 것을 비롯, 6일간 모두 180여명의 이재민과 담당 공무원이 호텔에 무사히 머무를 수 있었다.

이 호텔이 소속된 세영그룹 안영모 회장은 “길안면에 불이 나 주민들 집이 전소되고 주민들 피난처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 호텔 객실을 제공해드렸다”며 “대피한 어르신들이 너무 안 돼 보였다”고 말했다.

또 같은 그룹에 소속된 안동리버힐 컨트리클럽에서는 캐디를 포함한 직원들이 퇴근 후 되돌아와 확산한 산불을 막아냈다.

지난달 25일 오후 3시 무렵 의성 산불이 안동시 풍천면 일대로 넘어오자 안동리버힐CC 측은 진행 중이던 경기를 중단하고 손님과 직원들을 대피시켰다.

직원 20여명은 인근 도로가 산불로 통제된 가운데서도 산길을 이용해 이날 오후 늦게 골프장으로 되돌아와 살수차를 부르고 직접 물을 뿌려가며 불을 껐다. 다행히 골프장은 입구 쪽만 불에 타는 등 큰 피해를 겪지 않았다.

직원 A씨(33)는 “골프장을 살리겠다는 의지로 잔디 물주기 차량 4대와 살수차 1대를 동원해 방어선을 구축하고 진화 작업을 했다”며 “4인 1조로 다니며 불길을 막고 삽으로 땅을 뒤집으며 진화하는 등 사투를 벌였다. 전기와 수도가 끊긴 상황에서 해저드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물 끌어다 사용했고 낭떠러지에도 줄 잡고 내려가 진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안동리버힐CC 관계자는 “당장 골프장 불을 끄는 게 우선이었지만 골프장이 하회마을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어서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진화했다”며 “불길이 다행히 하회마을로 번지지 않았고 골프장도 큰 피해가 없어 이제는 정상 영업을 할 수 있게 돼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