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산불 이재민들 언제쯤 집으로…막막한 대피소 생활

입력 2025-04-02 15:41 수정 2025-04-02 15:50
영덕국민체육센터로 피신한 이재민들이 1평 정도 텐트에서 이웃 주민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영덕=안창한 기자

“이러다 여기서(체육관) 귀신 되겄네. 언제쯤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네.”

경북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피해가 서서히 복구되고 있지만, 주민들의 멈춰버린 일상은 언제 복구될지 기약이 없다.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은 수천 명이다.

지난 25일 밤 갑자기 들이닥친 산불을 피해 경북 영덕군 영덕국민체육센터로 피신한 박선숙(노물리) 할머니는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약부터 찾는다.

박 할머니는 “체육관 바닥에서 지낸 지 열흘쯤 되니 삭신이 쑤시고 아프다”면서 “이제는 파스하고 약(진통제)이 없으면 생활이 안된다”라고 말했다.

2일 영덕군에 따르면 현재 이재민 884명이 대피소 18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매일 매일 이재민 수 집계도 들쑥날쑥이다. 조금이라도 편할까 싶어 다른 대피소를 전전하거나 친인척 집에서 하루 이틀 지내다 다시 대피소로 돌아오는 생활의 반복이다.

이들은 맨바닥에 친 텐트 안에서 매트와 이불 등을 깔고 잠을 청한다. 이재민 대부분이 고령자여서 매일 아침 저녁으로 화장실과 샤워실 등을 이용하는 것도 어렵다.

체육관 내부는 200명이 넘는 이재민과 자원봉사자들이 뒤섞여 전쟁통을 방불케한다. 매일 소독과 청소를 하고 수많은 공기청정기가 하루종일 돌아가지만 역부족이다.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것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근골격계 환자와 감기 환자도 늘고 있다.

대피소에서 만난 한 주민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북적대는 사람들로 인해 눈조차 제대로 붙일 수 없다”면서 “이제는 임시 주택이도 빨리 가고 싶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영덕국민체육센터로 피신한 이재민들이 텐트 밖에서 쉬고 있다. 영덕=안창한 기자

시간이 갈수록 이재민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지만, 임시주택 마련 등은 하세월이다. 정부는 이재민들의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을 약속하지만, 기약이 없다.

이번 산불로 경북에서만 사망 26명, 산림 4만5157ha, 주택 3766동, 농작물 3414ha, 시설하우스 364동, 축사 212동, 농기계 5506대, 어선 16척, 문화재 25개소 등이 피해를 입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산불 피해주민의 조속한 일상회복을 위해 피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행정력을 총동원해 차질 없이 복구를 추진하고 기존의 제도와 틀을 넘어서는 지원방안도 추가로 검토하겠다”며 “신속한 피해 조사를 통해 조속한 복구가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영덕=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