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3부리그 아르메니아 빌레펠트가 독일축구협회컵(DFB 포칼)에서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올랐다. 준결승전에서 만난 ‘디펜딩 챔피언’ 레버쿠젠을 꺾으며 ‘언더독의 반란’을 실현했다.
빌레펠트는 2일(한국시간) 독일 빌레펠트의 쉬코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DFB 포칼 준결승 홈경기에서 레버쿠젠에 2대 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빌레펠트는 이 대회에서 분데스리가 소속 4개 팀을 탈락시킨 최초의 3부리그 팀이 됐다. 1라운드에서 2부 강팀 하노버를 2대 0으로 누르더니 1부 팀인 우니온 베를린, 프라이부르크, 베르더 브레멘을 차례로 꺾었다. 이어 레버쿠젠마저 잡고 사상 첫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애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평가됐던 경기였다. 레버쿠젠은 직전 시즌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사상 첫 ‘무패 우승’(28승 6무)을 달성한 강호다. 당시 DFB 포칼에서도 31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 정상에 올라 2관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엔 4강에서 예상 밖 빌레펠트에 덜미를 잡히며 대회 2연패 꿈이 무산됐다.
빌레펠트는 1905년에 창단된 120년 전통의 유서 깊은 클럽으로, 1부 경험은 2021-2022시즌이 마지막이다. 2020년 1부 승격을 이뤘지만 2년 만에 강등당한 후 2023년엔 2부 강등 플레이오프에서 패해 3부 리그까지 추락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차두리가 2002년 약 1년간 임대를 지낸 바 있다.
빌레펠트는 올 시즌 독일 3부 리그 20개 팀 중 4위에 올라 있다. 리그에선 선두권과 떨어져 있어 다소 아쉬운 성적이지만 이번 대회에선 ‘돌풍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경기 역시 반전의 연속이었다. 전반 17분 선제골을 내준 빌레펠트는 3분 뒤 곧바로 승부의 균형을 맞추는 동점골을 터트렸다. 전반 추가시간엔 프리킥 기회에서 한 번 더 골문을 열어 역전에 성공했다. 레버쿠젠은 경기 막판까지 공세를 폈음에도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한 채 패배를 떠안았다.
빌레펠트의 미셸 니아트 감독은 경기 후 “우리가 경기 내내 주도했기 때문에 운은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며 “평소에는 선수들과 술을 마시지 않지만 오늘은 예외로 하겠다. 오늘 밤 이 도시에선 아무도 잠들지 않을 것”이라고 기쁨을 전했다.
빌레펠트는 이제 내달 25일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리는 결승전에서 마지막 열전에 나선다. 3일 슈투트가르트-RB 라이프치히의 준결승전 승자가 빌레펠트의 상대가 될 예정이다. 어느 쪽이든 1부 팀으로 빌레펠트보다는 전력상 우위에 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