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연구진 “기후정책, 농경지 12.8% 줄여 식량위기 올 수도”

입력 2025-04-02 15:00
페이차오(왼쪽) 베이징사범대 교수, 전해원 KAIST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교수. KAIST 제공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파리협정의 기후정책이 전 세계 농경지 면적을 줄여 식량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전해원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교수와 페이차오 가오 베이징 사범대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이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2일 밝혔다.

기존 연구들은 기후정책을 실현하면 농경지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지만, 연구팀은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과 토지 이용 강도를 고려하면 오히려 전 세계 농경지가 12.8% 정도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우선 토지이용 체계를 도시와 농경지, 목초지·방목지, 산림, 비관리 초지·관목지, 희박·무식생 지역, 수계로 구분하고 각각을 저밀도·중밀도·고밀도로 세분화해 5㎢ 단위로 분석했다.

1.5도 시나리오를 적용해 각 토지의 2100년까지 변화를 분석한 결과 농경지가 산림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중밀도 농경지의 39.6%는 고밀도 산림으로, 11.8%는 중밀도 산림으로 전환됐다. 탄소 감축을 위한 산림 확대가 농경지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남미 지역은 농경지가 24% 감소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고, 전체 농경지 감소의 81%가 개발도상국에 몰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역마다 농경지 감소의 패턴이 다르고 개발도상국은 그 영향이 더 크다는 의미다.

이 경우 식량생산 대국인 미국·브라질·아르헨티나의 농산물 수출 능력이 각각 10% 25% 4% 감소하면서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의 식량 안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전해원 KAIST 교수와 송창칭 베이징사범대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등록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 3월 24일자에 게재되고 4월호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KAIST와 중국 베이징사범대, 베이징대,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진들이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전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에만 집중한 나머지 지구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더 큰 맥락을 보지 못하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개발도상국은 농경지가 줄고 수입 의존도는 높아지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탄소중립을 이루면서도 식량 안보를 지키기 위한 국제 협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