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로마 황제 같아” 비판한 코스타리카 전 대통령, 美 비자 취소돼

입력 2025-04-02 13:59
오스카르 아리아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산호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미국 비자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배타적 외교 정책을 비판한 코스타리카 전 대통령의 미국 비자가 취소됐다. 

1일(현지시간) 일간 라나시온, TV노시티아스 레프레텔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오스카르 아리아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이 이날 산호세에 있는 사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제 미국 비자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말씀드린다”며 “트럼프 정부는 불행히도 독재 정권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리아스 전 대통령은 “어차피 미국 여행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제게 아무런 영향은 없다”며 “취소 이유까지는 알지 못하며 코스타리카 정부가 개입한 것 같지도 않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들은 최근 아리아스 전 대통령의 트럼프 미국 대통령 비판 발언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리아스 전 대통령은 지난달 4일 로드리고 차베스 현 정부의 대미 외교 전략을 ‘복종적’이라고 언급하며 관세 무기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오스카르 아리아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산호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미국 비자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아리아스 전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작은 규모의 국가가 미국 정부와 다른 의견을 내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닌데 미국 대통령이 로마 황제처럼 상대방에 명령조로 지시하는 경우엔 더 그렇다”며 “제가 국정을 운영할 당시 코스타리카는 ‘바나나 공화국’이 아니었다”고 적었다. 바나나 공화국은 주로 1차 산업에 의존하며 국제 자본 영향을 강하게 받는 동시에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중남기 국가를 낮잡아 부르는 표현이다.

일간 라나시온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코스타리카 방문을 계기로 아리아스 전 대통령이 이같은 비판을 본격화 했다고 전했다. 코스카리카 정부는 루비오 장관 귀국 후 미국에서 추방된 제3국 이민자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아리아스 전 대통령은 1980년대 내전으로 혼란한 중미 상황 해결책으로 ‘군사적 지원'을 제시한 미국 열강의 움직임에 반대하며 역내 평화 협정을 성사시킨 공로를 인정 받아 1987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2019년 과거 대통령 재임 시절 성 추문 의혹으로 피소되기도 했으나 사건 관계인의 고소 취하와 검찰의공소 취소 결정으로 혐의를 벗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