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세상] 대화를 피하는 중학생

입력 2025-04-02 10:04

남자 중학생 G는 엄마와 대화를 피한다. 얘기하다 보면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엄마에게 화가 나 대화의 끝은 싸움으로 끝난다. “그러니 얘기를 안 하는 게 상책이죠” “그래서 방에 들어가 필요할 때만 나와요” 라고 말한다. 엄마는 나름대로 아들에게 도움 되는 얘기를 해주려 해도 벽을 쌓고 거리를 두니 답답하다.

사람들은 갈등이 생겼을 때 가장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전술이 있다. 이것이 반복되면 그 사람의 성격의 단점으로 일컬어진다. 관계를 망가뜨리는 부적응적인 전술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강요 전술이다. 상대를 위협하거나 강요하는 것이다. “엄마가 이러면 집 나가버릴 거예요” “너 그러면 학원 다 끊어 버린다”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비난 전술이다. 상대를 탓하거나 환경을 탓한다. “엄마가 이러니까 공부가 안 되죠” “네가 이러니 엄마가 소리를 지르는 것 아냐” 세 번째는 이유 대기 전술이다. 내면에서 자신의 환경이나 과거에서 비롯된 그럴싸한 이유를 만들어 그걸 행동의 원인으로 기정사실로 해버린다. “엄마가 직장에 나가 나에게 관심을 안 주었기 때문에 나는 자존감 낮아져서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어요” “나는 우울하고 무기력하니 아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단다”라는 식이다.

다음 네 번째는 캐릭터 공격 전술이다. 상대방의 성향, 성격에 꼬리표를 달고 비판한다. “엄마는 다혈질이라 이유 없이 화만 내잖아요” “너는 어쩜 이리 정리를 안 하니, 게으름뱅이야”라는 식으로 말한다. 분리 전술도 있다. 상대와 벽을 쌓는 행동을 한다. 물리적으로 벽을 쌓거나, 대화를 회피한다. “저 녀석은 어쩔 수 없는구나. 피해 버리자” 마음먹고 무관심하게 단절해 버린다. 마지막으로 측정 전술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평가하는 거다. “내가 이 만큼 했는데 엄마는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어” “내가 이렇게 참았는데 너는 왜 변화가 없나” 하는 식이다.

일반적 대인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부부간, 부모와 자녀 간에도 대체로 일관된 패턴이 나타나기 쉽다. 그러므로 자신이 관계에서 힘이 들 때 사용하는 자주 사용하는 전술을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G는 엄마와의 갈등과 다툼이 힘드니 분리 전술을 사용하여 대화를 피하고 자기 방에서만 지내려고 한다. 친구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친구와 갈등이 생기면 불만을 표현하거나 갈등을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연락을 받지 않거나 손절해버린다. 그러다 보니 친구 관계가 오랫동안 유지되기 힘들어 외로워한다.

반면 엄마는 캐릭터 공격 전술이 주를 이룬다. G에게는 ‘게으름뱅이’라고 꼬리표를 붙이는 것처럼 남편에게는 ‘무능한 남자’, 다툼이 있는 친구에게는 ‘이기주의자’라는 식으로 성격을 뭉뚱그려 공격하게 되니 상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파경에 이르는 경우가 많았다.

반복하고 있는 전술을 다시 사용하고 싶은 충동을 알아차리고 이 순간으로 돌아오기 위해 심호흡을 하거나, 내 몸의 감각을 느껴보거나 주변에 보이는 물건을 보거나 들리는 소리를 느껴보자. 이 전술이 이 순간의 이 관계에 도움이 될까? 아니면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나? 어떻게 행동하는 관계에 도움이 될지 선택하자.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