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혼자가 아닙니다” 韓美 기독교 지도자들 ‘연합’ 외쳤다

입력 2025-04-02 08:46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건 미국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기도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기도를 통해 한미 간의 우정이 더욱 강화되기를 바랍니다.”(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이번 금요일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날입니다. 지도자 탄핵과 관련한 상황이 국가를 흔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도와 연합의 힘을 알고 있으며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뉴욕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중보기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백악관 신앙사무소 수석고문 폴라 화이트 목사)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플러싱 디모스(DMOS)홀에서 열린 ‘한미동맹 강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회’에서 주제 강연을 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1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플러싱 디모스(DMOS)홀에서 잇따라 선포된 평화와 동맹을 위한 메시지에 현장에 모인 한국과 미국의 기독교 지도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보냈다. 이날 개최된 ‘한미동맹 강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회’에는 이영훈 목사와 폴라 화이트 목사가 나란히 주제 강연자로 나섰다.

트럼프 정부의 ‘국가별 상호 관세’ 발표를 하루 앞두고 각국 정부가 협상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는 시점에 열린 행사인 만큼 양국의 기독교계를 대표하며 사회적 영향력을 미쳐온 두 목회자의 강연은 개최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 목사(사진)는 ‘두 가지 빚’에 관한 이야기로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에 ‘복음의 빚’과 ‘생명의 빚’을 졌다”며 “그 중 복음의 빚은 140년 전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선교사가 동아시아의 은둔국이었던 한국을 찾으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한반도에 개신교를 뿌리 내리는데 헌신했던 수많은 미국 선교사들 덕분에 한국교회는 1200만 성도에 달하는 부흥을 경험했다”며 “기독교의 성장과 함께 기적 같은 경제적 발전을 이룬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 강국 중 하나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전쟁 당시 파병된 미국의 젊은 장병 3만6940명은 한국을 구하기 위해 소중한 생명을 바쳤다”며 “눈물겨운 신앙과 희생의 역사로 연결된 양국이 앞으로도 평화와 세계 안정을 위해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적 멘토로서 국가 신앙 자문위원회장, 복음주의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낸 화이트 목사는 지난 2월 신설된 백악관 신앙 사무소(faith office)의 수석 고문을 맡으며 국내외 정책과 안보, 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의견을 전하고 있다.
백악관 신앙사무소 수석고문 폴라 화이트 목사가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플러싱 디모스(DMOS)홀에서 열린 ‘한미동맹 강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회’에서 주제 강연을 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이 목사에 이어 강단에 선 그는 “우리는 하나님의 지혜와 의로움을 정치 영역에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이트 목사는 “미국 역사에서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정치적 전환인 동시에 영적인 전환이었다”며 “그의 리더십 하에 성탄절에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되찾을 수 있었고 종교의 자유가 보호 받았으며 태아의 생명이 지켜졌다”고 소개했다.

탄핵 정국을 맞은 크리스천들의 자세에 대한 조언도 전했다. 화이트 목사는 “반복되는 탄핵과 리더십의 변화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시험해 왔다”며 “분열되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교회와 크리스천들이 믿음 위에 굳게 선다면 나라는 바른 방향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미국과 한국은 단순한 국제정치적 관계를 넘어 영적인 유대를 갖고 있다”며 “앞으로도 긴밀한 동맹을 통해 하나님께서 역사하실 결과를 기대하며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미 지도자 기도회는 2017년 6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처음 시작된 이후 뉴욕 하와이 애틀랜타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 매년 진행돼 왔다.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종전, 관세 정책, 이민자 정책 등 전 세계의 관심이 백악관을 향하는 상황에서 기도회가 개최돼 한미 양국 기독교 지도자들이 변화하는 국제 환경 가운데 협력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기도회에는 이 목사와 화이트 목사를 비롯해 아시아계 최초 여성 수석 랍비로 알려진 안젤라 워닉 북달 뉴욕 센트럴 시나고그 랍비, 살 스칼라토 뉴욕주 참전용사협회장, 허연행 뉴욕 교회협의회장, 안현 순복음세계선교회 북미총회 전 총회장, 전 세계 한인 기독 방송사 대표단 등 양국의 주요 인사 250여명이 참석했다.
이영훈(왼쪽) 목사가 뉴저지주 상하원의회에서 결의한 감사장을 전달받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예배에서는 한미동맹 72주년을 기념하며 양국의 평화적 연대와 부흥을 기원하는 기도 시간이 진행됐다. 특히 뉴저지주 상하원의회에서는 오랜 기간 한미 동맹과 협력을 위해 힘써 온 이 목사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며 만장일치로 감사장 수여를 결의해 이날 기도회에서 전달하기도 했다.

뉴욕=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