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세 막자’…46파이 배터리 집중하는 K-배터리

입력 2025-04-02 06:00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고객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DI는 최근 베트남 법인에서 4695(지름 46㎜·높이 95㎜) 배터리 모듈 출하식을 진행했다고 전날 밝혔다. 46파이 배터리 양산은 국내 배터리 업체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SDI는 당초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었지만 1년 이상 앞당겼다.

4695 배터리 셀은 천안사업장 마더라인에서 생산된다. 베트남 법인은 배터리 셀을 모듈로 조립해 미국 고객사에 초도 물량을 공급한다. 삼성SDI는 이를 우선 전기 오토바이·골프 카트 등 소형 모빌리티에 탑재한 뒤 이를 기반으로 전기차 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SDI의 46파이 배터리는 고용량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와 독자 특허 소재인 실리콘탄소복합체(SCN) 음극재를 사용한다. 이에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스웰링 현상을 줄이고 에너지 밀도와 수명, 안전성을 향상시킨다는 설명이다. 46파이 배터리는 기존 21700(지름 21㎜·높이 70㎜) 원통형 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 용량을 6배 이상 개선했다. 배터리를 더 적게 쓰면서도 고객사 애플리케이션이 요구하는 용량을 구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당초 국내 첫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LG에너지솔루션도 조만간 테슬라에 4680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사이버트럭 등 주요 탑재 전기차의 판매 부진이 여전한 가운데 높은 4680 배터리의 가격이 발목을 잡으면서 공급 일정이 밀리고 있지만 양산 준비는 마친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외에도 지난해에는 메르세데스-벤츠, 리비안과 46시리즈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원통형 46파이 배터리는 중국에 밀린 시장 점유율을 되찾기 위한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46파이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 대비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추면서 충전 속도도 개선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테슬라, 메르세데스-벤츠, BMW, 볼보, GM, 리비안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46파이 배터리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46파이 배터리 시장은 올해 155GWh에서 2030년 650GWh까지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46파이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라며 “중국 기업의 공세에 반격할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