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 정동환과 서울시오페라단 ‘파우스트’가 만났다

입력 2025-04-02 04:30
서울시오페라단 ‘파우스트’ 포스터(왼쪽)와 이번 작품에서 늙은 파우스트로 출연하는 배우 정동환. 세종문화회관

대문호 괴테(1749~1832)의 희곡 ‘파우스트’는 독일 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전설 속 인물인 파우스트는 학자이자 연금술사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맺는다. 앞서 여러 작가가 파우스트 전설을 다뤘지만 하나같이 파멸로 끝나는 것과 달리 괴테는 인간의 이성을 강조하며 구원으로 끝을 맺었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걸작으로 남은 이유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후대 작곡가들에게도 영감을 불어넣어 다양한 오페라와 교향곡 등으로 만들어졌다. 이 가운데 많이 알려진 것이 프랑스 작곡가 구노(1818~1893)의 오페라 ‘파우스트’다. 1858년 파리에서 초연된 오페라 ‘파우스트’는 괴테의 동명 희곡 중 1부를 바탕으로 했다.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맺고 젊음을 되찾은 파우스트와 순수한 아가씨 마르그리트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구원을 다룬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 가운데 사랑 이야기에만 집중해 깊이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지만,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자주 공연되는 인기 오페라다. 특히 파우스트의 아리아 ‘정결한 집’, 마르그리트의 아리아 ‘보석의 노래’, 메피스토펠레스의 아리아 ‘금송아지의 노래’, ‘병사들의 합창’ 등이 유명하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창단 40주년을 맞아 오페라와 연극을 결합한 ‘파우스트’를 오는 10∼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앞서 서울시오페라단은 지난 2022년 소극장인 S씨어터에서 오페라와 연극을 결합한 ‘파우스트’를 선보여 호평받았었다. 당시 콘셉트를 ‘오플레이’(O'play)로 명명한 서울시오페라단 ‘파우스트’는 오페라의 플롯을 약 90분으로 축약해 재구성했는데, 연극적인 대사와 연기 중심으로 극을 진행하되 실내악 반주에 맞춰 주요 아리아는 대부분 들려줬다. 원래 오페라에선 테너가 노년과 청년 파우스트를 모두 소화하지만, 청년 파우스트를 성악가가 맡고 노년 파우스트를 연기자가 맡았다.

서울시오페라단의 ‘파우스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제작진과 출연진. 왼쪽부터 파우스트 김효종, 마르그리트 손지혜, 메피스토펠레스 사무엘 윤, 연출가 엄숙정, 노년의 파우스트 정동환,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 지휘자 이든, 메피스토펠레스 전태현, 마르그리트 황수미, 파우스트 박승주. 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오페라단이 올해 선보이는 ‘파우스트’는 2022년 호평받았던 ‘오플레이’ 콘셉트를 다시 가져왔지만 대체로 원작에 충실한 편이다. 대극장 스케일에 맞춰 웅장한 미장센도 보여줄 예정이다. 대신 1막 초반에 등장하는 노년의 파우스트를 원로 배우 정동환이 맡아 한국어 대사 연기를 선보인다. 기존 오페라에서 음악을 통해 함축적으로 표현하던 장면을 연극적 요소로 보강해 인생의 회한, 젊음을 향한 욕망 등을 더욱 사실적으로 전한다. 정동환은 과거 연극 ‘파우스트’에 두 차례 출연한 바 있다. 이번 공연에서 젊은 파우스트 역은 테너 김효종·박승주,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역은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과 베이스 전태현이 나눠 맡는다.

연기 경력 57년 차의 관록을 자랑하는 배우 정동환은 “오페라에서는 신인이라 걱정이 태산”이라면서도 “연극과 오페라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다양한 관객이 찾아올 수 있다면 시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지휘는 프랑스 브장송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특별언급상을 받은 이든이, 연출은 지난해 서울시오페라단 '라보엠'의 연출가였던 엄숙정이 맡았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은 “이번 작품은 정형화된 형식에서 벗어나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도 쉽게 빠져들게 만들 것”이라면서 “연극을 사랑하는 관객에게는 새로운 감각을, 오페라 애호가에게는 연극적 요소가 더해진 신선한 경험을 선사한다”고 강조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