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의 날’ 코앞인데…韓기업 20% “대응 계획 없다”

입력 2025-04-01 17:56

국내 제조 업체 10곳 중 6곳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리스크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돼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제조 기업 2107개사를 대상으로 미국 관세 영향을 조사한 결과 국내 제조 기업의 60.3%가 트럼프발 관세 정책의 영향권에 있다고 답했다. ‘간접 영향권에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46.3%, ‘직접 영향권에 있다’고 답한 기업은 14.0%였다.

영향권에 속한 기업들은 ‘미국 수출 기업에 부품 및 원자재를 납품하는 기업’(24.3%)과 ‘미국에 완제품 수출하는 기업’(21.7%)의 비중이 높았다. 이어 ‘제3국(중국·멕시코·캐나다 제외) 수출 및 내수 기업’(17.9%), ‘미국에 부품 및 원자재를 수출하는 기업’(14.2%), ‘중국에 부품 및 원자재를 수출하는 기업’(13.8%) 순이었다.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관세 대상국 이외의 국가와 국내 시장에서 중국 등과 경쟁하는 기업, 중국에 부품과 원자재를 수출하는 기업도 간접 영향을 받는 것이다.

미국 관세 영향권 기업 비중과 기업 유형별 구성

직·간접 영향권에 속한 업종을 보면 배터리(84.6%)와 자동차·부품(81.3%) 업종이 가장 많았다. 미국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에 부품, 소재 등 중간재를 납품하는 협력사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또 반도체(69.6%), 의료정밀(69.2%), 전기장비(67.2%), 기계장비(66.3%), 전자·통신(65.4%)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76.7%), 중견기업(70.6%), 중소기업(58.0%) 순으로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 관세의 영향으로 ‘납품 물량 감소’(47.2%)를 가장 많이 우려하고 있다. 미국에 직접 수출하지 않더라도 간접 영향권에 속한 기업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어 ‘고율 관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24.0%),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 하락’(11.4%), ‘부품·원자재 조달망 조정’(10.1%), ‘납품단가 하락’(6.2%)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의 대응이 제한적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관세에 대한 대응 현황을 묻자 ‘동향 모니터링 중’(45.5%)이거나 ‘생산비용 절감 등 자체 대응책을 모색 중’(29.0%)인 기업이 74.5%였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대응책인 ‘현지 생산이나 시장 다각화 등을 모색 중’인 기업은 3.9%에 그쳤고, ‘대응 계획이 없다’고 답한 기업은 20.8%였다.

특히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사 같은 중소기업의 대응 계획이 부족한 실정이다. 영향권에 있는 중소기업 4곳 중 1곳은 ‘대응 계획이 없다’(24.2%)고 답했다.

최근 철강과 알루미늄을 수출하는 중소기업 5곳 중 2곳이 미국의 관세 부과로 수출이나 매출에 영향을 받았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6~26일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 수출 기업 600개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42.8%가 ‘미국의 관세부과로 수출이나 매출이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미국은 지난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본격적으로 미국 관세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우리 제조 기업은 대미 수출뿐만 아니라 중국의 저가 공세 등의 간접 영향까지 더해져 경영상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 네트워크와 외교 채널을 통해 관세 영향 최소화에 힘쓰고 피해 업종에 대한 지원책을 세우는 한편, 장기적으로 관세와 같은 대외 리스크를 이겨낼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우리의 기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