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량 추방으로 1000만 기독교인 잃을 수도’

입력 2025-04-02 00:03
온두라스 출신으로 미국 워싱턴 DC에 사는 한 여성 집에 놓인 장식품. 이 여성은 미국 이민 단속으로 아이와 헤어질까 두려워하며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현지 언론에 전했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 정부의 불법 이민자 추방 강행으로 미국 기독교인 1000만명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고든콘웰신학대학원의 글로벌기독교연구센터의 지난달 발표한 ‘미국 기독교 가족에 대한 추방의 잠재적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로 미국 기독교 매체 CT가 “트럼프 정부의 대량 추방 계획으로 1000만명의 기독교인 잃을 수도 있다”고 지난 31일 보도했다. 이 숫자는 2024년 말 기준으로 기독교 이민자 중 불법 체류자이거나 이민 프로그램인 TPS(Temporary Protected Status) 등 행정부가 취소할 수 있는 합법적 지위로 미국에 머무는 이들에 해당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독교인 12명 중 1명은 본인이나 그 가족이 추방당할 위기에 처했다. 글로벌기독교연구센터는 “추방 위기에 처한 이민자의 75% 이상이 기독교인”이라고도 분석했다. 청소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DACA)의 기독교인 비율도 87%로 압도적이다. TPS의 4분의 3 이상도 기독교인으로 집계됐다.

CT는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미국 텍사스 라레도의 작은 멕시코계 이민자 교회를 2021년부터 이끌어온 에두아르도 마르토라노 목사가 TPS 만료로 교회 사역을 내려놓아야 하는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미시간주의 한 신학대학원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고 목사가 된 그는 교회의 유일한 교역자였다. 그는 멕시코계 이민자 60여명과 예배를 드려왔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달라진 입장으로 교회는 지도자를 잃을 처지에 놓였다.

CT는 마르토라노 목사와 같이 히스패닉계 교회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내 불법 이민자의 80%가 라틴아메리카 출신이며, 그중에서도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히스패닉계 교회 4곳 중 1곳은 목사나 교인이 추방 위기에 놓였다.

글로벌기독교연구센터는 “행정부의 이민 단속이 이들 교회에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새로운 목회자를 찾지 못해 교회가 아예 문을 닫거나 시민권자나 합법적 영주권자인 성도도 추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예배에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감리교회 한미연회의 류계환 총감리사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합법적 이민 신분이 없는 성도들은 추방될 수 있다는 걱정으로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히스패닉계 교회 중 상당수 교인이 그렇다. 주일 예배 참석도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에 합법적으로 입국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유지하지 못하게 된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어린 자녀들과 떨어지지 않을 수 있는 인도적인 이민정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미국의 전국복음주의협회 월터 킴 회장은 CT에 “행정부의 이런 추방 정책과 이에 대한 의회의 지지는 사실상 교회 쇠퇴 전략으로 읽힌다”고 우려했다. 미국장로회(PCA)는 합법적 신분이 없는 성도가 속한 교회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신은정 손동준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