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자’ 대신 ‘눈을 뜨자’, ‘무뚝뚝한 감자칩’ 대신 ‘상냥한 감자칩’이 등장했다. 4월 1일 만우절을 맞아 유통업계가 웃음을 넘어 실속 있는 마케팅으로 소비자 마음잡기에 나섰다. 이색 상품과 파격 이벤트로 무장한 브랜드들이 ‘펀슈머(Fun+Consumer)’를 겨냥한 마케팅 전쟁을 펼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만우절을 맞아 자사 인기 제품 ‘눈을 감자’와 ‘무뚝뚝한 감자칩’을 뒤집은 만우절 한정판 ‘눈을 뜨자’와 ‘상냥한 감자칩’을 출시했다. 캐릭터도 제품명에 맞춰 디자인했다. ‘눈을 뜨자’에는 커다란 눈을 반짝이는 감자 캐릭터가, ‘상냥한 감자칩’에는 핑크색 옷을 입고 꽃다발을 든 감자 캐릭터가 등장했다. “1년에 단 하루! 특별한 선물로 기분 좋은 장난, ‘가짜’같은 ‘진짜’를 선물하세요”라는 문구를 통해 친근감을 더했다.
닭요리 전문 브랜드 팔각도는 닭갈비 향이 나는 향수까지 출시했다. ‘숯불닭갈비향’과 ‘매콤양념향’ 두 가지 버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방금 구운 닭갈비를 연상시키는 진한 향이 특징이다. 해당 향수는 팔각도 매장에서 8만원 이상 주문 시 선착순 증정되고 있다.
쿠팡도 만우절 마케팅 대열에 합류했다. 쿠팡은 150여개 브랜드, 총 5000여개 식품을 최대 50% 할인하는 ‘만우절 식품 할인 기획전’을 6일까지 진행 중이다. 폰타나, 남양유업, 종근당, 쌍계명차 등 인기 브랜드들이 대거 참여한다.
햄버거 브랜드 버거킹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버거킹은 이날 만우절을 맞아 시그니처 메뉴인 ‘와퍼’를 20년 전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사장님 출장 기념’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행사 기간은 지난 31일부터 4월 6일까지다. 기존 7000원대의 와퍼와 불고기와퍼를 각각 3000원대에 판매한다.
만우절은 유쾌한 농담과 장난을 통해 웃음을 나누는 날로 알려져 있지만, 때로는 그 선을 넘는 해프닝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역대 가장 유명한 만우절 장난 중 하나는 1957년 영국 BBC가 방송한 ‘스파게티 나무’ 보도다. BBC는 스위스 농부들이 나무에서 스파게티를 수확하는 모습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소개했고, 많은 시청자들이 문의 전화를 걸며 주목받았다. 1998년에는 미국 버거킹이 ‘왼손잡이용 와퍼’를 출시한다고 발표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국내에서도 유쾌한 사례가 있었다. 2011년에는 KT와 SK텔레콤이 서로의 광고 문구와 SNS 프로필 사진을 바꿔 게시하며, 라이벌 간의 장난기 넘치는 이벤트로 관심을 모았다.
한때 만우절은 경찰서·소방서가 연중 가장 바쁜 날이기도 했다. 2012년 만우절에는 “제주공항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장난전화가 걸려 와 경찰, 폭발물처리반 등 100여명이 출동했으며 비행기 7편이 2시간가량 지연된 바 있다. ‘설악산 흔들바위가 추락했다’는 허위 정보가 만우절만 되면 유포되자 2020년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흔들바위는 건재합니다”라는 해명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