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상호 관세를 발표하며 글로벌 무역 전쟁은 전 세계 확전 상황에 들어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각료들이 배석한 가운데 자신이 구상해온 상호 관세를 발표하며, ‘미국 해방의 날’로 선언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상호 관세 발표를 이틀 앞둔 3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1일 오후나 2일 상호 관세 세부 내역이 공개될 것이라며 “관세는 상호적일 것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부과하는 만큼 우리도 부과할 것이지만 우리는 그들보다 우호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숫자(관세율)는 그들이 우리에게 부과해온 것보다는 낮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관세 표적이 아닌 나라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모든 나라가 (미국으로부터) 큰돈을 번 건 아니기 때문”이라며 “상호주의라는 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관세 정책에 맞서 중국과 한국, 일본이 협력할 가능성에 대해 질문받자 우려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하며 “관세가 오히려 그들을 도울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의 상호 관세는 그동안 일부 국가와 일부 품목에 국한됐던 관세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분기점이 된다. 트럼프는 2기 취임 이후 지금까지 패권 경쟁국인 중국에 대해서만 총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지만, 상호 관세로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벌이게 된다.
백악관은 발표 이틀을 앞둔 상호 관세가 ‘불공정 무역’을 바로잡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세 면제 가능성을 묻는 말에 “이 나라들은 너무 오랫동안 우리나라를 갈취해왔다”며 “그들은 미국 노동자를 경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겪는 불공정 무역을 살펴보자”며 “유럽연합(EU)이 미국산 유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는 50%이고, 일본은 미국산 쌀에 700% 관세, 인도는 미국산 농산물에 100% 관세를 부과한다”며 “관세가 미국 제품을 이런 시장으로 수입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고, 많은 미국인이 폐업하고 일자리를 잃게 했다. 이제는 상호주의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4월 2일 발표하는 관세가 국가별이냐 부문별이냐는 질문에 “수요일의 목적은 국가별 관세지만 대통령은 분명히 부문별 관세 부과에도 전념하고 있다고 말해왔다”며 “대통령이 그 결정을 언제 할지는 그에게 맡기겠다”고 답했다.
트럼프가 이미 발표한 품목별 관세와 관련해서는 3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가 부과된다. 트럼프는 앞서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반도체와 의약품 등에 대해서도 품목 관세를 예고한 상태다. 또 특정 국가가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나 가스를 구매할 경우, 이들 국가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AP통신은 “트럼프의 관세 계획의 디테일은 아직 불확실하다”며 “상호 관세는 제품별 관세 형태가 되거나, 각 국가의 모든 상품에 광범위한 ‘평균’을 부과하거나 아예 완전히 다른 형태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