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펜 의원은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결선까지 오르며 차기 대선 주자로 꼽혔지만, 2027년 대선 이전 항소심이나 최종심에서 이번 판결을 뒤집지 못할 경우 선거에 출마하지 못한다.
파리 형사법원은 31일(현지시간) 르펜 의원의 유럽연합(EU) 예산 유용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전자팔찌 착용 상태로 2년간 가택 구금 실형)에 벌금 10만 유로(약 1억5000만원), 피선거권 5년 박탈을 선고했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재판부는 특히 검찰 요청을 받아들여 피선거권 박탈 효력을 즉시 발효했다.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1심 판결만으로도 효력은 유지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르펜 의원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과거 RN 유럽의회 의원 8명의 횡령 혐의와 보좌진 12명의 은닉 혐의도 유죄로 봤다.
르펜 의원 등은 2004~2016년 유럽의회 활동을 위해 보좌진을 채용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꾸며 보조금을 받아내고는 당에서 일한 보좌진 급여 지급 등에 쓴 혐의(공금 횡령·사기 공모)로 기소됐다. 르펜 의원은 2004~2017년 유럽의회 의원을 역임했다.
재판부는 르펜 의원을 비롯해 RN 관계자들이 11년 넘게 유럽의회 자금 290만 유로(약 46억원)를 유용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실제로는 극우 정당을 위해 일했던 사람들의 비용을 유럽의회가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이들 범행으로 발생한 추가 피해 금액까지 더하면 유럽의회가 입은 손실은 410만 유로(약 71억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중 르펜 의원이 유용한 자금을 47만4000유로(약 7억원)로 인정하며 르펜 의원이 2009년부터 이 범행 구조 ‘핵심’에 있었다고 말했다.
르펜 의원은 재판부가 피선거권 박탈을 선고하자, 나머지 주문은 듣지도 않고 법정을 빠져나가 당사로 이동했다.
르펜 의원이 유죄 선고를 받고 RN이 조직적으로 범행을 벌였다는 점이 판결로 인정되면서 향후 당을 운영하거나 외연을 확장하는 데 어려움이 겪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는 재판부 판결 직후 엑스(X)에 “오늘 부당하게 처벌받은 건 마린 르펜뿐만이 아니라 프랑스 민주주의 자체”라고 적으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