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국내 산불 위험 기간이 산업화 이전보다 최대 120일 늘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31일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김형준 교수팀과 함께 산업화 이전과 현재의 ‘산불 위험지수(FWI)’를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산불 위험지수는 기온, 습도, 바람 등 3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산출한다. 지수가 20 이상이면 산불 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고 본다.
연구진은 가상 지구에 다양한 기후 요소를 넣어 시뮬레이션 하는 기후모델 플랫폼을 활용해 국내 변화를 살펴봤다. 연구진은 산업화가 이뤄지지 않아 자연상태의 온실가스만 있는 상태와 온난화가 진행 중인 2000~2014년의 기후를 비교했다. 자연 상태를 ‘산업화 이전’으로 정의한 것이다.
분석 결과 한국의 산불 위험 기간(지수 20 이상)은 산업화 이전보다 연간 최대 120일 길어졌다. 가장 위험 기간이 길게 나온 경북 지역을 기준으로 한 수치다. 경북은 산업화 이전 위험 기간이 최소 14일부터 최대 31일이었는데, 현재 지구 모델에서는 최대 151일로 늘었다. 소백 산맥 인근도 위험 기간이 최대 151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타 지역의 구체적인 위험 기간도 추가 분석 중이다.
전국적으로 산불 위험 시기도 앞당겨지고 있었다. 경남은 위험지수가 20이 넘는 날이 기존 2월 마지막주에서 첫째 주로 변했다. 전남은 4월 둘째 주에서 3월 첫째 주로 당겨졌다. 충북, 대전, 대구 역시 4월에서 3월로 위험 시기가 빨라졌다.
산불 위험 강도도 증가했다. 산불 위험기간인 3~4월, 10~11월 산불 위험지수는 전국적으로 평균 10%이상 증가했다. 충청, 전라, 경북 등 중남부 지역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불이 날 가능성과 대형산불로 이어질 가능성이 모두 커진 것이다.
심혜영 그린피스 기상기후 선임연구원은 “기후변화에 따른 고온건조한 기후로 산불이 대형화되고 있다”며 “화석연료 사용에서 비롯된 기후위기는 대형산불의 근본 원인 중 하나다. 더 자주 강하게 일어날 산불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근본 원인인 기후위기에 통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