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신혼부부 주거 정책 ‘미리내집’ 전국화를 위해 정부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주형환 대통령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미리내집 중 하나인 광진구 자양동 롯데캐슬 이스트폴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했다. 서울시는 미리내집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시행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오 시장은 31일 주 부위원장, 입주 예정 신혼부부 4쌍 등과 롯데캐슬 이스트폴을 직접 살핀 뒤 “미리내집은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고, 저출생 해결의 핵심인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매우 완성도 높은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되도록 많은 신혼부부가 (미리내집을) 이용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며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이 늘어나면 물량 확보가 쉬워져 정책 실효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리내집은 출산을 준비하는 무주택 신혼부부와 예비 신혼부부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하기 위한 서울시의 저출생 대책이다. 입주자는 아파트 등 주택에 시세 대비 절반 수준의 전세보증금으로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다. 2자녀 이상을 출산하면 우선 매수청구권을 부여받아 시세보다 최대 20%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다.
주 부위원장은 오 시장의 설명에 “(미리내집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벤치마킹할 만한 좋은 정책이고, 출산율을 높이는 효과가 입증됐다”며 “주거 문제와 관련해서 굉장히 신선하고 창의적인 모델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정부도 신혼부부 주택 공급은 물론 신생아 특례대출, 일·가정 양립 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입주 예정 신혼부부와 간담회도 진행했다. 한 신혼부부는 “(입주 후) 소득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나가야 하는데, 탄력적으로 고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오 시장은 “자산이나 수입에 변동이 있어도 아이를 낳는 경우 그런 우려가 해소될 수 있는 방향으로 신경 쓰고 있다”고 답했다.
시는 내년부터 미리내집을 매년 4000세대씩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매해 서울에서 결혼하는 신혼부부 4만쌍의 10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시는 아파트형 미리내집뿐만 아니라 다세대·연립·오피스텔·한옥 등 비아파트형 미리내집으로 공급 유형을 다양화할 방침이다.
한편 시는 이날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재개발 설계 공모 당선작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구룡마을은 대모산, 구룡산 등 자연환경과 의료·연구·교육시설이 어우러진 주거단지로 재탄생된다. 주택 공급 규모는 약 3800세대다. 이 중 600세대 이상이 미리내집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시는 2029년 완공을 목표로 재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구룡마을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쫓겨난 철거민들이 들어와 형성된 무허가 판자촌이다.
김용헌 기자 y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