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마늘·청송 사과·영덕 송이…산불 잡히니 대표산지 먹거리 걱정

입력 2025-04-01 05:01
의성에서 시작된 '경북산불'이 영덕까지 번진 가운데 31일 영덕군 지품면 수암리 한 과수원 사과나무가 불에 타거나 그을려 있다.연합뉴스

역대급 인명·재산 피해를 입힌 영남권 산불이 열흘 만에 진화된 가운데 농산물 주요 산지, 특히 경북권의 산불 피해로 인한 농산물 생산 타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정부는 사과나 마늘 등 재배지 피해 규모는 크지 않아 향후 수급에 큰 문제는 없을 거라는 입장이다.

경북 의성군·영양군·청송군·영덕군은 이번 산불 피해를 크게 입었던 곳들이다. 이곳들은 모두 국내 농산물 주요 산지다. 의성군은 연간 9700톤(t)의 마늘을 생산하는 전국 최대 마늘 주산지다. 파와 쪽파 등 재배도 활발하다.

청송군은 연간 8만 톤의 사과를 생산하는 국내 대표 사과 산지다. 국내 전체 사과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규모다. 영양군 역시 대표적인 고추 생산지다. 영덕군에서는 송이버섯이 연간 평균 1만㎏ 생산된다. 국내 송이버섯 생산량의 약 40%에 해당한다.

31일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 지역 농작물 피해는 1555ha(과수원이 1490ha)에 이른다. 이는 축구장 2177개 크기다. 시설 하우스는 281동에서 290동, 축사는 51동에서 71동, 소실 농기계는 1369대에서 2639대로 늘었다. 전국적으로는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를 기준으로 관계 당국이 집계한 전국 산불 영향 구역은 총 4만 8238ha였다. 피해 농업시설은 1142곳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올해 생산량만이 아니다. 사과 등 과수 작물은 잎 등 나무가 타면 회복까지 상당 시간이 걸린다. 영덕 송이버섯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송이는 30년 이상 된 소나무 아래서 자라기 때문이다.

의성에서 마늘 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52)씨는 “마늘은 키가 작고 주로 들판에 있기 때문에 그나마 피해가 적은데 사과의 경우에는 산과 가까이 있고 화력이 센 불을 쬐면 다 죽어버린다”며 “다시 심어서 농사를 지으려면 최소 5년은 걸린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과 산지로 유명한 의성군 길안면을 언급하며 “나무껍질을 벗겨보면 원래 새파란 색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은 붉게 녹슨 색으로 가득하다. 다 죽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농산물 수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적기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0일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공식화하며 피해 농가 종자·농기계 확보·완파 주택 복구 등을 활용 분야로 편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경북도도 농가들의 신속한 영농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피해 시군에 농기계 전달을 시작했다.

먹거리 물가가 지속해서 오르는 가운데 주요 농산물 핵심 산지들이 산불 피해를 보면서 물가가 더욱 치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사과(후지) 상품 10개의 소매가격은 2만7848원으로 전월(2만7041원) 대비 3.0% 올랐다. 같은 기간 깐마늘(국산) 1kg의 소매가격은 9546원에서 1만687원으로 12.0% 올랐고, 붉은고추(상품) 100g의 소매가격은 2189원에서 2342원으로 7.0%로 올랐다. 새송이버섯(상품) 100g의 소매가격은 546원에서 576원으로 5.5% 상승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피해면적을 파악하는 중이기 때문에 수급 및 물가 전망에 대해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산불로 인한 물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8일 기준 경북도가 집계한 피해 규모는 사과의 경우 전국 재배면적의 1% 수준으로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마늘·양파 또한 대부분 산과 거리가 있는 평야 지역에 심어져 산불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