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떠나야 할 판이다”…영덕 산불 이재민 임시주택 마련 서둘러야

입력 2025-03-31 15:53 수정 2025-03-31 16:13
산불로 폐허가 된 영덕군 지품면 마을. 영덕군 제공

경북 영덕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을 위해 임시주택 등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피해 규모가 크다 보니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산불 피해 지역이 대부분 농촌이고 고령자가 많아, 복구가 늦어지면 자녀나 친척이 있는 도시로 떠나면서 지역 공동체가 붕괴될 우려도 있다.

31일 경북 영덕군 영덕국민체육센터에는 좁은 공간에 가득한 텐트에서 이재민들이 지친 얼굴로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당장 숙소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산불로 집이 전소된 정성자 씨는 “불길이 너무 빨라 아무것도 못 챙기고 나왔어요. 이렇게 체육관에서 지내는 생활이 언제까지 일지 몰라 답답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영덕군에 따르면 이날 조립식 임시주택 6동이 도착해 부지 선정 및 상하수도, 전기 시설 설치가 진행 중이다.

임시주택 설치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피해 규모가 워낙 커 영덕에서만 조립식 주택이 총 900여 동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군은 4월 말까지 1차 설치를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체육관에서 생활이 1주일을 넘기면서 주민들은 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고령의 이재민이 많아 위생 문제와 건강 악화가 큰 걱정거리다.

대피소에서 만난 안승호(71) 씨는 “노인들이 많아서 화장실이 부족한 게 특히 힘들어요. 씻을 곳도 부족하고 생활하기가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임시대피소가 마련된 영덕국민체육센터에서 의료봉사단이 주민들의 건강을 살피고 있다. 안창한 기자

전문가들에 따르면 산불의 경우 길게는 수개월 이상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영덕은 이재민 대부분이 고령자여서 편안한 거처를 찾을 수 있도록 신속한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영덕청소년해양센터에서 만난 한 주민은 “농사짓던 땅도 다 탔고, 집도 없어졌으니 여기서 계속 살아야 할지 고민”이라며 “임시주택이 들어선다 해도 언제까지 머물 수 있을지 모르고 집을 새로 짓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텐데 그동안 어디서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군은 산불 피해자들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31일부터 통합지원센터 운영에 들어갔다.

센터는 군 산하 4개 부서를 비롯해 영덕세무서, 농협,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국토정보공사, 영덕경찰서, 영덕우체국,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전력공사 등 9개 기관이 참여한다.

김광열 영덕군수는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가 막심한 만큼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과 대책 역시 보다 총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신속하게 피해를 조사해 조속한 지원과 복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영덕=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