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쿠데타 이후 위태롭던 미얀마가 지난 28일 발생한 지진으로 끝을 알 수 없는 혼란에 빠졌다. 규모 7.7의 강진은 진앙에서 1000㎞가량 떨어진 태국 방콕 등에도 영향을 미쳐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진앙인 만달레이나 큰 피해를 본 네피도 등이 외부와 단절된 가운데 현지 사역자들도 긴박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미얀마는 2020년 코로나19 이후 군부 쿠데타와 이어진 내전, 2023년부터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대홍수를 겪은 데 이어 최근 지진까지 악재가 연거푸 일어나고 있다.
미얀마 양곤에 있는 A 선교사는 3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계엄 중 발생한 지진으로 온 나라가 더욱 마비됐고 전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무척 힘들다”면서 “대부분 지하수를 쓰는데 전기가 없으니 물을 끌어 올린 방법이 없어 모두가 흔들리는 일상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선교사는 지진이 날 때 자신이 사역하는 유치원에 있었다. 그는 “50명 가까운 아이들이 다칠까 봐 정신이 없었고 실내에 있어야 할지, 아니면 야외로 나가야 할지 순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했었다”면서 “3~4분이 훌쩍 넘도록 지진이 이어졌는데 30년 동안 양곤에 살면서 이렇게 큰 지진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양곤의 B 선교사는 “모든 현실이 열악해 복구와 구호가 쉽지 않고 맨몸으로 붕괴 현장에서 구조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면서 “정지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이보다 나쁠 게 없을 것이라는 심정으로 지냈는데 지진까지 발생하면서 이 나라가 지옥에 빠져드는 느낌”이라고 한탄했다.
이어 “양곤의 선교센터로 피해 가정 청소년들을 모아 교육과 음식 제공을 시작했다”면서 “절망의 땅이 희망을 아예 잃지 않게 기도와 관심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미얀마한인선교회장을 역임한 강성원 선교사는 “제일 큰 피해를 입은 만달레이에 거주하는 20여 가정 선교사들의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신 집과 사역지가 반파돼 모기장을 펴고 야외에서 피난했다”고 말했다.
160년 역사의 미얀마침례교회(MBC)도 교단 산하 재난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식수와 식량·의료 지원, 임시 대피소 제공 등 긴급 구호에 나섰다.
MBC는 “내전과 군부·반군 사이의 충돌 등으로 구호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는데 현지에 있는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접근 가능한 곳부터 우선 지원과 구호를 시작할 계획”이라면서 “피해 지역 주민들이 굉장히 어려운 형편에 있는 만큼 세계교회가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교회도 지원에 나섰다.
한국교회봉사단(대표단장 김태영 목사)은 현지 사역자 및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미얀마 피해 주민들에게 의료품과 생필품 전달 방안 논의를 시작했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단장 조현삼 목사)은 서울광염교회의 구호금 3300만원을 현지 한인 선교사에게 보냈다. 선교사들은 물과 음식을 마련해 이재민을 직접 찾아갈 예정이다. 봉사단은 긴급구호팀 파견을 검토했지만, 미얀마 정부가 해외 구호팀 이동을 통제하고 있어 중단했다.
장창일 김아영 박용미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