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 “우승은 정말 힘든 일,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입력 2025-03-31 11:16
3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끝난 PGA투어 텍사스 칠드런스 휴스턴오픈에서 생애 첫승을 거둔 이민우가 18번 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킨 뒤 포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볼을 잘치는 누나가 있다는 건 멋진 일이다.”

3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텍사스 칠드런스 휴스턴오픈(총상금 950만달러)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둔 호주동포 이민우(26)가 자신의 우승에 누나의 지분이 어느 정도 있음을 내비쳤다.

이민우가 말한 누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서 활동하며 통산 10승을 거두고 있는 이민지(28)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정말 정신적으로 힘든 날이었지만, 우승해서 정말 뿌듯하다. 정말 힘든 한 주였다”라며 “매우 피곤했기 때문에 빨리 잠이 들긴 했지만, 곧 잠에서 깨었고, 다시 잠들 기가 어려웠다. 이번 주에는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생애 첫 우승 트로피 주인공이 돼 정말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민우는 이번 우승으로 시즌 페덱스컵 순위를 16위로 끌어 올렸다. 이에 대해 이민우는 “기분 좋다. 그동안 좋은 골프를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라며 “시즌 말에 최종 ‘톱30’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매 시즌 생각했던 목표 중 하나였다. 시합에서 우승 하는 것도 나의 목표 중 하나였는데, 드디어 그 목표를 달성하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첫 우승까지 정말 힘들었다. 매주 우승하는 선수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라며 “4타 차이로 앞서고 있어도 절대로 안전하지 않았다. PGA 투어에서 우승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정말 자랑스럽다. 계속 노력할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무엇을 배웠느냐는 질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귀 사이의 6 인치다’라는 말이 있다. 이번 주에 이 말이 나에게는 큰 역할을 한 것 같다”면서 “나는 기술적으로는 항상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단지 정신적으로 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도 몇 번의 실수가 있었고, 특히 16번에서는 티샷에서 큰 실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주 내내 좋은 시합을 하고 있어 내 경기에 자신이 있었다”면서 “시합 내내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고 했다. 우승을 하는 선수들은 정말 정신적으로 강인한 사람들인 것 같다”고 챔피언들을 향한 경의를 표했다.

누나 이민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민지는 SNS에 “어서 집으로 트로피를 가져와! 브라더”라는 글을 올려 동생의 우승을 축하했다. 그는 “누나랑 화상 통화를 했다. 가족에게 전화를 했는데, 어머니는 평소처럼 울고 계셨고, 아버지는 매우 행복해하셨다. 아마도 아버지는 지금 골프를 치고 계실 것 같은데, 그래도 매우 기뻐하셨다”고 가족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그는 이어 “어제 누나하고 전화할 때, 내일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지금 누나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라스베이거스에 있다. 내 집이 그쪽이라 거기에서 만나기로 했다”라며 “한동안 누나를 못 만났는데, 내일 정말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골프를 정말 잘 치는 누나가 있는 것은 멋진 일이다. 누나도 곧 다시 우승을 할 것 같다”고 누나를 응원했다.

마지막으로 누나와 매치플레이를 하면 결과가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 이민우는 “우리 둘이 같은 티를 사용한다면, 내가 누나를 쉽게 이길 것 같다”고 웃으며 “만약 누나가 누나에게 맞는 티를 사용한다면, 누가 이긴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장기전에서는 누나가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누나는 거의 골프 로봇 같다. 누나는 골프 로봇이기 때문에, 18번의 티샷 중에 19번을 페어웨이에 올려 놓을 수 있다”라며 “누나의 샷은 정말 똑바로 가고, 볼 컨트롤을 잘한다. 결국은 누나가 나를 이길 것 같지만 짧은 대결에서는 내가 이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진한 오누이의 정을 과시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