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선교지에 필요한 것? ‘숫자가 아닌 뿌리’”

입력 2025-03-30 21:30 수정 2025-03-31 10:25
문정은 CCA 국장이 29일 태국 치앙마이 CCA 사무실에서 에큐메니컬 선교를 소개했다.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13년 경험은 아시아 선교지에서의 한국교회 역할을 되돌아보게 했다. 29일 태국 치앙마이에서 만난 문정은 CCA 프로그램 국장의 이야기다.

CCA는 뉴질랜드 방글라데시 홍콩 인도 일본 등 아시아 21개국이 속해있는 에큐메니컬 사역 연합기구다. 이들은 지난 약 70년간 활동하며 아시아 지역 교회들의 선교, 목회자 평신도 청년 여성 등을 대상으로 지도력 훈련을 진행해왔다. CCA를 거쳐 간 역대 한국인 총무는 박상증 목사와 안재웅 박사가 있다.

장로회신대 신대원 재학 시절 문 국장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의 기획국에서 일하며 에큐메니컬 사역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12년 CCA에서 신앙선교일치국 국장 자리를 모집했고 문 국장은 한국인 여성 최초로 국장직에 올랐다. 그는 프로그램 개편과 재신임을 거치면서 현재까지 국장을 이어가고 있다.

문정은(맨 뒷줄 가운데) 국장이 지난해 11월 열린 '폭력에 맞서는 아시아 여성들의 연대 회의'에서 아시아 교회 여성 지도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문 국장 제공

에큐메니컬 사역의 권위자인 문 국장이 말하는 교회일치는 조직적 통합이라기보단 공동체의 공유 가치와 목표를 향한 협력이다. 문 국장은 “인권 정의 평화 등의 문제에서 교회가 소외된 이웃에 보이는 하나의 반응”이라며 “의견의 일치를 위해 중요한 것은 각 주체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제기하고 반대의 의견을 품을 수 있는 자세”라고 했다.

최근 CCA가 주목하고 있는 에큐메니컬 선교 트렌드는 자생력이다. 교회 간 연합을 통해 개교회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다.

그가 말한 자생력은 교회가 경제적 구조적 독립을 넘어 다른 교회와 연합하고 그들에게 헌신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문 국장은 “안타깝게 많은 선교지의 교회들이 자생력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선교지에 세워진 많은 교회는 선교사 교단의 지원을 통해 교회 건축부터 목회자 사례비까지 모든 부분 도움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선교 현장의 교인들은 교회에 대한 헌신과 협력를 배울 수 없다는 것이 문 국장의 설명이다. 태국은 대한민국보다 50년 빨리 기독교가 들어왔지만 기독교인은 전체 인구 중 1%가 되지 않는다. 문 국장은 “이는 현지 지도자 양성과 신앙 공동체 양성보다 학교 병원 교회 등 물적 자산에 치중한 선교 방식 때문”이라며 “선교는 상호적인 것이다. 현지 교회와 선교사가 서로를 돕는 관계를 만들어야 현지 교회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 국장은 결과에 얽매이지 말고 헌신했던 초기 선교사의 마음을 기억하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이 두 세기를 지나 선교 받던 교회에서 선교하는 교회가 된 것은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이뤄진 결과”라며 “한국교회도 양적, 수적인 결과로 선교사의 역량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지만 이들이 세우는 인적 자원에 주목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러한 환경이 된다면 선교사는 현지교회를 지지해주며 이들의 자립과 성장 과정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치앙마이(태국)=글·사진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