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로 기지국 초토화에 탄핵 선고까지… 통신사 비상

입력 2025-03-31 05:00
26일 경북 안동시 남선농공단지 인근 야산이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로 불타고 있다. 안동=권현구 기자.

경북 지역을 집어삼킨 초대형 산불로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기지국 시설이 대규모 피해를 입어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이런 상황에서 탄핵 선고까지 코앞으로 다가오며 인파 밀집에 대비해야 하는 통신사에 비상이 걸렸다.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발생한 경북 산불로 통신 3사의 무선통신 기지국 2898개소가 피해를 입었다. 유선통신(2만52회선)과 유료방송(1만9750회선)도 피해·장애가 보고됐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복구율은 무선통신 89.2%, 유선통신 98.5%다.

산불이 민가와 도시를 덮치며 대규모 피난이 이뤄지는 와중에 정전과 기지국 화재로 통신이 중단되며 통신사는 홍역을 치렀다. 당국과 통신사가 협력해 이동기지국 14대, 간이기지국 1개소, 발전차 38대, 휴대용 발전기 211대, 현장 복구인력 809명을 투입해 간신히 통신을 일정 수준 복구했지만 시민들 혼란은 피할 수 없었다.

산불이 진화되고 통신 서비스도 대부분 복구됐지만 통신사는 숨 돌릴 틈도 없이 탄핵 선고라는 다음 고난을 맞닥뜨려야 한다. 4월 초로 예상되는 탄핵 선고에 맞춰 대규모 집회가 벌어질 것으로 유력한 헌법재판소 인근 등에 통신 장비를 보강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경찰은 탄핵 선고 당일 갑호비상을 발령해 인파를 통제하고 서울시가 지하철 3호선 안국역을 무정차 통과시키겠다고 예고하는 등 인파 분산을 예고했지만 탄핵 인용·기각에 따른 대규모 집회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들이 대규모 집회에 대비해 장비 보강에 나선 배경에는 지난해 말 계엄 정국에서 빚어진 통신 혼란 사태가 자리한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첫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통신 3사는 이동기지국 21대, 간이지국 5대, 인력 88명을 투입해 통신을 보강했지만 몰려든 인파를 감당하지 못했다.

탄핵 선고가 정확히 언제 이뤄질지 모른다는 점도 통신사의 비상 대기를 길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통신 3사는 이미 안국역 인근에 통신 장비를 배치하고 있지만 탄핵 선고 예상일이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인파 운집에 따른 통신 장애에 대비하기 위해 집회 등 상황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