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파나마운하 항구 운영권 매각 거래에 대해 반독점 조사를 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의 이익에 반한다”는 비난을 받은 이 거래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홍콩 재벌 리카싱 가문이 소유한 CK허치슨홀딩스는 이 항구 등의 운영권을 미국 기업 블랙록 측에 매각하기로 한 계약의 체결을 보류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시장규제·감독 기관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28일 입장문을 내고 CK허치슨과 블랙록 간의 파나마 항구 거래에 대해 “반독점 부서에서 법에 따라 심사해 시장의 공정경쟁을 보호하고 사회의 공공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매각이 중국 국내 해운과 국제 화물거래 시장에서 법규를 위반하거나 경쟁을 제한하는지 여부가 조사대상이라고 전했다.
CK허치슨은 블랙록과의 최종 계약 체결을 미뤘다. 양측은 다음 달 2일 이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소식통은 계약이 취소된 것은 아니지만 공식 서명이 이날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 궈자쿤 대변인은 지난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CK허치슨의 항구 매각에 대한 질문을 받고 “중국은 경제적 강압과 패권주의, 괴롭힘 등으로 다른 국가의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침해하고 훼손하는 움직임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SCMP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이 거래에 개입하려 한다면 미국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미·중관계를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SCMP는 CK허치슨이 진퇴양난에 처했다고 짚었다. 매체는 “이번 계약을 철회하든 강행하든 CK허치슨은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무사히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우시우카이 컨설턴트는 CK허치슨이 거래를 강행하면 중국이 화를 내고, 취소하면 미국의 보복에 직면할 수 있다고 SCMP에 말했다. 그는 “중국이 얼마나 강력한 조치를 취할지 예상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CK허치슨은 해외로 사업을 다각화한 뒤에도 중국 본토와 홍콩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CK허치슨이 이번 거래를 취소하면 막대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고 서방으로부터 공산당의 지배를 받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면서 “트럼프도 반드시 보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CK허치슨 매출의 52%는 유럽에서, 16%는 아시아·호주·캐나다 등지에서 발생한다. 홍콩과 본토 매출의 비중은 각각 7%와 5%이고 나머지는 금융·투자에서 나온다.
CK허치슨은 지난 4일 파나마 운하 2개 항만을 운영하는 회사 지분 90%를 포함해 전 세계 23개국 43개 항만사업 부문 지분 등을 블랙록 컨소시엄에 매각하기 위해 145일간 우선협상을 한다고 밝혔다. 거래 규모는 228억 달러로 중국·홍콩 지역의 항만 등은 제외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직후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한다”며 운하 통제권을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문제는 미·중 갈등 요소로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CK허치슨과 블랙록의 거래를 환영했지만, 중국 관영 언론들은 “국익에 반한다” “조국을 배신했다”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