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산불로 터전 잃은 이재민…대피소 생활 피로감 누적

입력 2025-03-30 12:48
영덕국민체육센터 내부에 이재민을 위한 텐트가 마련됐다. 안창한 기자

경북 영덕에서 발생한 산불이 진화되고 주민 대피령도 해제됐지만, 피해 주민들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하며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이번 산불로 영덕에서는 9명의 사망자와 1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산림 8050㏊, 주택 1237동이 파손됐다. 또 차량 46대, 어선 19척이 전소됐고 양식장을 비롯해 축산 농가 50곳, 수산물가공업체, 저온저장고·건창고 등이 피해를 입었다.

아직 이재민 695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군은 영덕국민체육센터, 영덕청소년해양센터, 인근 모텔 등에 이들을 분산해서 수용하고 있다.

산불의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대피소 생활을 하는 이재민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특히 노약자는 물론 혼자 기거하는 고령층이 대부분이어서 거처 마련이 시급하다.

영덕국민체육센터에서 만난 정성자(여, 노물리) 씨는 “이웃과 함께 군이 지정해 준 대피소 몇 곳을 전전하다 이곳에 왔다”면서 “여기서 맨바닥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데 허리도 아프고 마음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군은 피해 조사와 피해민 지원에 필요한 체계를 구축하고 신속하게 복구작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피해 복구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이재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숙박시설과 민간 숙박시설로 거처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으로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주거지도 주민들과 협의해 마련할 계획이다.
영덕국민체육센터 내부에 이재민을 위한 텐트가 마련됐다. 안창한 기자

정부와 자원봉사 단체들도 이재민 지원을 위해 긴급 구호 물품을 전달하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황장리에 거주하던 안승호(71) 씨는 “불편한 것도 문제지만, 갑자기 좁은 곳에 여러 사람이 몰리다 보니 서로 다투는 경우도 종종 있다”면서 “하루아침에 집과 전 재산을 잃은 것도 마음이 아프지만 이러다가 사람까지 잃을까봐 걱정”이라고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영덕=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