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절기 청명(淸明)이 다가오면서 제주 소방과 행정기관이 고사리철 길 잃음 사고 예방 및 대응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제주소방안전본부는 28일부터 ‘길 잃음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하고 안전관리에 나섰다고 30일 밝혔다.
소방은 오름에 배치된 산불감시원과 제주산악안전대 등 전문 인력과의 협업을 통해 유사시 신속한 인명구조를 위한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드론과 119 구조견을 활용한 수색 훈련으로 구조 역량을 강화하고, 도민 생활 접점 매체를 통해 사고 예방 수칙을 다각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고사리객이 몰리는 제주시 구좌읍은 지난 27일 구좌파출소, 구좌119센터, 자치경찰단 동부행복치안센터 등 3개 유관기관과 고사리철 대비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들 기관은 최초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 비상연락망을 통해 신속하게 신고 내용을 전파하고, 기관별 역할 분담에 따른 현장 확인과 조치 사항 결과를 공유해 공동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구좌읍은 채취객 길 잃음 사고 발생시 실종자의 위치를 쉽게 파악하기 위해 풍력발전기 25기에 위치번호를 표기했다. 또 주요 고사리 채취 지역 11곳에 안전 수칙과 위치 번호를 표기한 현수막 22개를 걸었다.
구좌파출소는 고사리 채취 주요 장소에서 전단지·호각 등을 배부하고, 상황 발생시 열화상 투시용 카메라를 투입해 야간에도 수색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구좌119센터는 실종자 수색시 구조견을 투입해 수색 효율을 높이고, 상황에 따라 지역 내 의용소방대를 동원해 수색에 임한다.
자치경찰단 동부행복치안센터는 매일 오후 4~5시 사이 취약지역을 순찰하며 귀가를 알리는 사이렌을 송출한다. 동부행복치안센터는 전 직원이 드론 장비 자격증을 취득해 상황 발생시 즉각적인 드론 수색 활동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제주소방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년) 간 제주에서 발생한 길 잃음 사고는 총 511건으로, 1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이들 가운데 212건(41.5%)은 고사리를 채취하던 중 발생했으며, 이 중 73건(34%)은 구좌읍 관내에서 발생했다.
제주 사람들은 봄에 직접 고사리를 꺾어 잘 말려두었다가 제사상에 올린다. 또 겨울철까지 육개장이나 고등어조림, 돼지고기볶음 요리에 긴요하게 쓴다.
주영국 제주소방안전본부장은 “길 잃음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예방 수칙 홍보를 확대하고, 위험지역 여건에 맞는 구조 훈련 등으로 대응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며 “고사리 채취시엔 자주 주위를 살펴 자기 위치를 확인하고 길을 잃었을 땐 119로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