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그세스 美 국방, 기밀 공유에 이어 군사 회의에 아내 동행 논란

입력 2025-03-30 10:27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28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민간 메신저 ‘시그널’에 군사 기밀을 올려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번엔 군사 회의에 부인을 데려온 사실까지 뒤늦게 폭로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민감한 정보가 논의되는 외국군 관계자들과의 두 차례 회의에 헤그세스 장관이 아내를 데려갔다”고 보도했다. 헤그세스 장관의 아내 제니퍼 헤그세스는 폭스뉴스 프로듀서 출신으로 두 차례 이혼한 헤그세스의 3번째 아내다. 헤그세스는 폭스뉴스 진행자로 활동했고, 두 사람은 2019년 결혼했다.

제니퍼는 지난 6일 국방부에서 열린 존 힐리 영국 국방 장관과의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에는 영국군의 토니 래더킨 국방참모총장 등이 동석했으며, 양국 간 군사협력 방안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정보공유를 중단한 배경 등이 비공개로 논의됐다. 기자들은 모두 발언 이후에는 퇴장했지만 헤그세스 장관의 아내 제니퍼는 그대로 회담장에 남았다.

제니퍼는 지난달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도 참여해 동맹국 국방 관계자들을 만났다. 해당 회의는 미국이 주도하는 약 50개국의 포럼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정기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다. 해당 방문에는 헤그세스 장관의 동생 필립 헤그세스도 동행했다. 필립은 우파 팟캐스트 프로듀서로 최근 국토안보부 장관 선임보좌관이라는 직함을 받아 국방부와 소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WSJ는 “장관은 카운터파트와의 회의에 누구든지 초대할 수 있지만, 참석자 명단은 통상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사람들로만 신중하게 제한된다”며 “회의의 민감한 특성을 고려할 때 참석자들은 일반적으로 보안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제니퍼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보안 허가를 받았는지에 대해 확인하지 않았다.

국방부 장관이 공식 출장이나 행사에 배우자를 동반하기도 하지만 안보 회의에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다. 해당 회의에 참석했던 해외 인사들은 제니퍼가 누구인지 몰랐거나, 누구인지 알았지만, 이의를 제기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을 지낸 척 헤이글 전 상원의원은 “장관들이나 나토 고위인사들과 회담을 하면 거의 항상 민감한 안보 관련 대화가 포함된다”며 “만약 1급 기밀인 국가안보 사안을 논의하려고 한다면 (동석자를 참여시킬 때) 매우 선별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헤그세스는 이미 시그널 ‘채팅방’에 미군의 예멘 후티 반군 공습 시간과 수단을 미리 공지한 것으로 민주 공화 양당으로부터 모두 비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